[만물상] 인텔 쫓아낸 ‘다우존스 지수’

김홍수 논설위원 2024. 11. 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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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140여 년 전 뉴욕증권거래소를 취재하던 신문기자 찰스 헨리 다우(1851~1902)는 정제된 정보 유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동료 기자 에드워드 존스와 함께 ‘주식 정보지’를 만들어 팔았다. 다우가 만든 정보지는 뛰어난 글솜씨와 탁월한 분석 덕에 불티나게 팔렸다. 다우는 몇 년 뒤 경제신문 ‘월스트리트 저널’을 창간, 초대 편집장이 된다.

▶다우는 주식투자 역사에서 ‘기술적 분석’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는 증시는 상승·하락장을 반복하기 때문에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추세 파악에 도움이 될 지수를 개발했다.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을 추려내 주가를 평균하는 개념이었다. 1896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12개 대표 기업의 일평균 주가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가 첫선을 보였다. 이후 18종목이 추가돼 1928년 이후엔 총 30종목으로 구성됐다.

▶다우존스 구성 종목은 지수산정위원회가 시장 흐름, 기업의 영향력, 성장성 등을 종합 판단해 부정기적으로 교체한다. 다우존스 종목 변화를 보면 미국의 산업 변천사가 보인다. 원년 멤버엔 석유·석탄 등 에너지 기업이 많았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산업의 중심축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정보통신(IT)으로 옮겨간다. 1990년대 후반 웨스팅하우스를 쫓아내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새로 편입했다. 2004년엔 코닥, 글로벌 금융 위기 땐 제너럴모터스(GM)가 쫓겨났다. 2015년엔 AT&T가 퇴출되고 애플이 추가됐다. 2018년엔 마지막 원년 멤버 GE마저 쫓겨났다.

▶다우존스 지수는 산업의 변화 흐름을 좇아 편입 기업을 계속 물갈이하기 때문에 대공황, 2차 세계대전, 오일 쇼크, 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온갖 풍파 속에서도 120년간 장기 우상향하는 성과를 보여왔다. 40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1972년 1000, 1987년 2000, 1995년 5000. 1999년 1만, 2017년 2만, 2020년 3만포인트를 돌파했고, 지난 5월엔 4만포인트를 넘어섰다.

▶8일부터 다우존스 지수에서 인텔이 빠지고 엔비디아가 새로 편입된다고 한다. 세계를 호령했던 반도체 제국, 인텔이 모바일·AI 혁명에서 뒤처져 25년을 넘기지 못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 산업 지형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기업의 살 길은 혁신뿐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다우존스 128년 우상향 그래프를 만들어준 미국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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