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고사’ 소나무재선충병, 금강송 군락지 턱밑까지 확산

김현수 기자 2024. 11. 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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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후포면 야산서 소나무 1그루 감염…예찰·방제 ‘초비상’
주민들도 송이 생산 걱정…전국선 올해 89만9000그루 피해
지난 2월23일 포항에서 경주까지 이어지는 도로 옆 숲에서 소나무재선충에 걸려 잎이 누렇게 변한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확산하던 소나무재선충병이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에 재상륙했다.

울진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건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울진군 후포면 금음리 산 217번지의 소나무 1그루에서 재선충병이 확인됐다. 이 지역은 이미 재선충병 발생지역으로 분류된 영덕군 병곡면과 가까운 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한국임업진흥원은 경북도 등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역학조사와 정밀 예찰·방제를 진행 중이다. 발생지 반경 2㎞ 이내를 소나무류 반출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모든 소나무류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던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양분을 차단하면서 나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치료약이 없고 감염되면 100% 고사한다.

평균 수령 150년 이상의 금강송이 군락을 형성한 울진까지 재선충병이 다시 상륙하면서 주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형업씨(50대)는 “영덕이 재선충병으로 난리가 났다는 말에 불안했다. 특히 송이를 키우는 주민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울진은 영덕·봉화 등과 함께 대표적인 송이 주산지다.

울진 금강송 군락지는 전통 소나무의 원형이 가장 완전하게 보전된 곳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전쟁의 피해도 비껴간 이곳은 1959년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된 이후 47년이 지난 2006년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됐다. 금강송은 줄기가 곧고 잘 썩지 않아 예부터 궁궐 건축이나 국보급 문화재 복원에 사용됐다.

조현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발생지 주변 지역에 철저한 조치를 하겠다”며 “소나무 고사목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재선충병은 경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창궐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37만8079그루가 재선충으로 고사했으나 2023년에는 106만5067그루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89만9000여그루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경북(39만8915그루)이 가장 피해가 크고 경남(21만8701그루), 울산(8만4593그루), 대구(4만3939그루) 순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이 2007년과 2015년에 이은 재선충병 ‘3차’ 확산기라고 본다. 재선충병을 어느 정도 통제했다는 정부의 방심과 예산 부족에 따른 소극적 방제 움직임이 누적돼 3차 확산을 불렀다고 평가한다. 재선충 감염·고사 소나무 제거 예산은 2017년 596억원에서 2022년 109억원까지 줄었다.

기후변화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온난화로 인해 재선충을 소나무로 옮기는 매개곤충의 활동 기간이 늘고 개체 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소나무 피해도 커졌다는 것이다.

정규원 산림기술사(농업박사)는 “문화재 등 반드시 지켜야 할 지역을 정하고 주변 방제를 강력히 해 재선충병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앞서 재선충병 피해를 본 일본은 일부 문화재 구역을 제외하곤 방제를 포기했다. 죽은 소나무가 있던 자리는 삼나무가 대체했다. 경북도도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베어내고 활엽수 등을 심는 수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서재필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소나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소나무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환경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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