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지지율에도 ‘국회 패싱’ 기조 여전…친윤계도 “아쉽다”

유새슬·박순봉 기자 2024. 11. 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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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의지 내비치면서도 불편한 자리는 회피만 ‘모순된 행보’
총리 입 빌려 ‘예산안 조속 확정’ 협조 요청…진정성에 의구심
심각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을 들으며 김기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하면서 ‘마이웨이’ 기조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불참한 데 이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는 11년 만에 불참하는 기록을 다시 썼다. 지지율 하락, 김건희 여사 논란, 윤 대통령 자신의 공천개입 의혹 등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편한 자리에는 가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참석할 수 없는 이유로 최소한의 예우가 없는 야당 의원들을 들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 가면 소리를 지르고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할 것이 예상되는데 굳이 정쟁의 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국회가 민생에 도움 되지 않는 정쟁만 일삼는다는 대통령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은 국회의 협조를 얻어 4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와 모순된 행동이다.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연설문을 통해 4대 개혁 과제 이행에 협조해달라고 국회에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문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국회 논의 구조가 조속히 마련돼 빠른 시일 내 사회적 대합의가 이뤄지고 법제화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또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일치된 노력을 펼쳐야만 인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며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안의 조속 처리도 당부했다.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 확정해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시정연설 불참으로 협조 요청의 진정성은 의심받게 됐다.

국회 무시 기조가 이미지로 고착화된다는 점도 윤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4월 총선 압승으로 민의를 얻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계속해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야당의 법안 통과를 저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윤 대통령은 국회를 찾는 일정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하지 않은 것은 2013년 이후 11년 만이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에만 직접 연설을 했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매년 시정연설을 했다. 임기 초 “의회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며 의회주의자를 자처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2일 제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골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한동훈(친한)계인 배현진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이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한다”며 “이해할 수 없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불편한 장소는 못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국회에 와서 돌을 맞으면 지지율이 오히려 오를 텐데 왜 안 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며 “아직은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의미”라고도 말했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대다수 여당 의원들이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며 “이해는 하지만 아쉽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친윤계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이 왔으면 좀 더 국민들에게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의 어려움을 말씀하면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또 우리의 성과를 훨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밝혔다.

유새슬·박순봉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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