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4년 만에 백지화, 개미는 언제까지 환호할까

강서구 기자 2024. 11. 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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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Seek한 분석
이재명 대표 금투세 폐지 선언
“1500만 투자자 입장 고려”
도입 4년 만에 무산된 금투세
금투세 폐지 장기적 이득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말도 탈도 많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될 전망이다.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던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의견이 폐지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쉽지만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원칙과 가치를 따지면 금투세를 개선한 후에 시행하는 게 맞지만 그것으로는 현재 대한민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과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투세) 문제를 유예하거나 개선한 후 시행하겠다고 하면 정쟁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슈❶ 개미의 환호 = 이로써 금투세는 2023년 시행(2년간)을 유예한 지 1년 11개월 만에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가 금투세 도입을 발표했다는 점을 감안하며, 4년 5개월 만의 폐지 수순이다.

금투세는 주식·펀드 등의 투자로 올린 소득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과세하는 정책이다. 투자 소득이 3억원 이하인 때는 5000만원을 공제한 후 22.0%(금투세 20.0%+지방소득세 2.0%), 3억원을 초과하면 27.5%(금투세 25.0%+지방소득세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게 골자였다.

개인투자자는 금투세 도입에 크게 반발했다. 개미들은 기존에는 없던 금투세를 도입하면 주식시장을 탈출하려는 투자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하는 큰손들이 변동성에 취약한 우리나라 대신 해외 증시를 선택할 것이란 우려였다. 개미들이 금투세를 도입하기 전에 후진적인 국내 증시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국내 주식시장과 개미들은 야당의 금투세 폐지 결정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지난 4일 2548.91포인트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있었던 오전 9시 30분께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83% 오른 2588.9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5%이상 상승한 것은 10월 7일(1.58%) 이후 한달 만이다.

■ 이슈❷ 사라지지 않은 문제 =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금투세 도입을 철회한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옳은 결정이냐는 거다. 무엇보다 "원칙과 가치를 따지면 금투세를 개선한 후 시행하는 게 맞다"는 이재명 대표의 말처럼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 원칙이 무너졌다.

'부자 감세'란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금투세가 적용되는 대상은 전체 주식 투자자 1%(1440만명 중 15만명·2022년 기준)에 불과했다.

논란거리는 또 있다. 주식 거래세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의식해 주식거래세를 2022년 0.23%(코스피‧코스닥)에서 지난해 0.2%, 올해는 0.18%로 낮췄다. 내년에는 0.15%로 인하할 계획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내년 주식 거래세를 예정대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인하폭을 조정하거나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수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금투세 폐지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게 이유다.

주식 거래세는 주식을 매도할 때 내는 세금으로 모든 투자자가 과세 대상이다. 금투세 폐지로 주식 거래세가 다시 오르면 '금투세 대상자 1%'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다수 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금투세는 99%의 투자자에겐 적용되지 않는 세금"이라며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금투세를 도입하는 게 맞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투세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는 황당한 주장이 먹힌 셈"이라며 "금투세를 다시 도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표의 금투세 폐지 선언 후 터져나온 개미의 환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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