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미국 대선, 백척간두에 선 한국

이은정 기자 2024. 11. 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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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VS 트럼프 박빙…우리 경제·안보 급변 우려
윤 대통령 지지율 10%대…국제 정세 대응할지 걱정, 국정수행 동력 회복 시급

5일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지난 10개월여 선거 과정은 말 그대로 드라마틱했다. 애초 전·현직 대통령간 리턴매치였던 선거구도가 지난 6월 TV토론으로 급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려 힘없고 노쇠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다 선거 유세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격범의 총격에도 기적적으로 살아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후보 사퇴 압박을 이길 수 없었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타로 낙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첫 흑인(아프리카·아시아계) 여성 대선 후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초반 승기를 잡았던 해리스 부통령은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뒷심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노련함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선거전을 통해 확인됐다. 그는 지난달 20일 펜실베이니아 맥도날드 매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나르며 유권자를 만났다. 맥도날드는 미국 서민 문화의 상징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경험에 맞서 자신의 친서민 이미지를 부각했다.

두 후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대선 결과를 단언하기 힘들다.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미국 언론들도 이번엔 태세를 바꿨다. 진보성향의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대선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주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법정 다툼을 하는 등 악연이 있다. 그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승부의 열쇠를 쥔 7개 경합주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인 1~2% 포인트 안팎 차이를 보여 승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향후 한국은 큰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압박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칩스법(반도체지원법)을 공격하면서 보조금 정책을 백지화하고 관세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국 대만 등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주장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한국에선 기업의 잇단 해외 진출로 제조업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로 창출된 미국 일자리 7만4500개 중 17%가 한국 기업이 만든 것이다.

늘어난 대미 수출 규모도 미국 우선주의의 빌미가 될 우려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대미 수출 규모가 553억 달러로 대중 수출(526억9000만 달러)을 앞질렀다. 연말까지 대미 수출은 22년 만에 대중 수출을 앞지를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을 “머니머신(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며 당선되면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를 한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우려스럽다. 그가 다시 집권하면 최근 타결된 분담금 협상을 깨고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한 사이라고 은근히 내세우는 점도 걱정스럽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우리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은 당연하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돼도 미국 보호주의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칠 전망이라 우리로선 만만찮다. 미 대선 결과를 놓고 국제 정세가 급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대응책을 제대로 마련했는지 불안하다.

지난 주 한국갤럽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 비율이 19%로 곤두박질쳤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10%대로 하락한 것은 충격적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사건과 선거 브로커 명태균 논란 탓이 크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인데 10%대의 지지율로는 국정 수행 동력을 얻을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할 대통령실과 여권 실세들도 문제점을 감추기 급급하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9% 지지율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지적엔 “당선인 신분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 시각에선 참 한가한 발언이다.


앞으로가 더 큰일이다. 10%대 지지율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지지율 반등이 기대된다. 윤 대통령 부부는 명품백 수수·명태균 논란 등과 관련해 진솔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 또한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자제는 물론 특별감찰관 임명을 통해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 경기 침체와 성장률 저하 우려 등 경제 위기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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