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안 건다’ 각서 써가며… 간·쓸개 多 뺏겼다 [김포 민간개발 고사위기 上]

양형찬 기자 2024. 11. 4. 19: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형사상 책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제출
하천변 30m 녹지공간 확보 계획에 따라 수만㎡ 내놔야
시장 공약 수변공원 조성 기부채납 수백억 추가부담해야

上 공공기여 과다 요구 논란

김포지역 민간 개발사업들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시가 법률이 정하는 공공기여시설 기부채납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물량을 요구, 사업성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사업자들은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중단해야 할 형편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타 지자체가 적용 중인 수준을 넘었다고 진단한다. 김포지역 도시개발사업 공공기여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근 김포시와 협의를 마친 A지구 공공기여 내역도. A지구 사업자 제공

김포지역 민간 개발사업자들이 뿔이 났다. 시의 과도한 공공기여정책으로 고사위기에 처해서다.

4일 시와 민간개발사업 시행자 등에 따르면 지역에선 민간이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 20여곳과 산업단지 개발사업 10여곳 등이 진행 중인 가운데, 7~8곳이 진척을 보이며 시와 공공기여 관련 협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사업구역 내 도로, 공원, 녹지 등 공공기여 필수기반시설은 물론 각종 복지 및 부대시설 설치로 법률이 정하는 부담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등 공공기여 압박을 받으면서 사업성 손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국토계획법에 따라 경기도가 수립한 공공기여시설(도로, 공원, 녹지 등 기반시설) 부담기준은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용적률 증가분의 35%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도시개발사업과 산업단지 조성사업 시행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건 사업구역 내 공공기여는 물론 최근 시가 수립한 하천변 30m 녹지공간 확보계획에 따라 하천을 접하고 있는 개발사업구역은 토지 수만㎡를 내놔야 할 상황이다.

현행 국토부의 ‘도시공원녹지 유형별 세부기준 등에 관한 지침’은 하천변 녹지는 하천경계로부터 10m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의 공약사항인 명품 소변공원 위치도. 김포시 제공

이 뿐만이 아니다. 김병수 시장의 ‘명품 수변공원 조성’ 공약사업이 이들 시행자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된 하천변 도시개발사업구역은 녹지공간 30m를 시에 내놓아야 하는데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가 정하는 수변공원을 조성, 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시행자들로부터 갑질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장의 ‘명품 수변공원 조성’ 공약사업은 고촌·풍무·사우·걸포동 지역, 한강신도시 등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이 지역을 흐르는 나진포천, 계양천, 대보천, 가마지천, 양곡천 등 하천과 수로를 따라 30m 폭의 수변공원길 조성이 골자다.

실제 최근 시와 협의를 마친 A지구는 법이 정하는 공공기여 부담기준을 10% 이상 초과하는 34.7%의 기반시설을 기부채납도 모자라 비용은 제외하고 면적만으로 10%가량 초과하는 도서관, 마을회관 등 복지시설을 건립해야 한다.

인근 도로 확장, 주변 도로 새 차선 개설, 시가 추진하는 사업 참여 등 1천억원 이상 비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사업자는 이 같은 기부채납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시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돼 갑질논란마저 일고 있다.

김포시의 하천변 30m 녹지공간 확보와 수변공원 조성사업에 걸린 도시개발사업구역 현황도. 독자 제공

B지구는 더 심각하다. 기반시설 부담을 법적 기준을 10여% 초과하는 44% 부담하면서 추가로 법에도 없는 개발이익금에서 2천100억원을 시에 내놓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시의 하천변 녹지공간 확보와 시장 공약 수변공원 조성계획에 따라 1.7㎞를 하천과 접하고 있어 사업지구에서 5만여㎡를 수변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해야 할 형편이다.

시행자는 비용이 얼마가 들지 추산도 못해봤다.

계양천변에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C지구와 D지구는 아직 시와 공공기여 협의조차 않았지만, 이 하천변 녹지공간 확보와 수변공원 조성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토지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계양천과 농수로 사이에 위치한 이들 사업지구는 지구의 폭이 200~260m여서 계양천과 농수로 양쪽에서 30m씩 60m를 빼면 토지이용계획을 세울 수 없다.

월곶면 석정천과 용애어리천을 접하고 있는 E산업단지는 대부분 사업을 확정하고 막바지 국토부 지구계획 승인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시로부터 ‘하천변 녹지공간’ 30m 확보하라는 통보를 접하고 부심하고 있다. 이 산단은 하천과 3km를 접하고 있어 무려 9만㎡를 시에 내놔야 할 처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단 사업을 중단하고 2년 후 시장이 바뀌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인가 하면, 일단 수용하고 소송으로 바로 잡아 손해배상청구에 나서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사업지구 시행자는 “이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시장 공약을 민간에 떠넘기는 꼴 아니냐. 사업부지 상황에 따라 녹지공간을 만들어야지 너무 일률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일단 사업을 중단하고 차기 시장때 추진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다른 사업지구 관계자도 “공공기여를 법적 부담기준을 어느 정도 초과해 추진할 수는 있지만, 수백억, 수천억원씩 부담시키는 것은 위법이다. 소송으로 원상회복하고 이로 인한 손해는 별도로 손해배상청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공공기여는 경기도가 정한 부담기준을 중심으로 사업지구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며 “하천변 30m 녹지확보와 수변공원 조성도 공공기여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양형찬 기자 yang21c@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