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하고 尹 치받은 한동훈 "독단적 국정운영에 국민 반감"

정지용 2024. 11. 4. 1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초유의 '국정 쇄신' 요구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될 것” 대통령실 비판
친윤계서도 "뭐라도 해야 한다" 위기감
“밀어붙이는 방식 문제” 일각선 한 대표 겨냥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의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김건희 여사의 즉각적인 대외 활동 중단과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정기조의 전면적 변화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쇄신용 개각 △참모진 개편 등 '종합적 조치'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독단적’이라고도 했다. 정권 임기가 절반을 남겨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을 이처럼 압박한 건 초유의 일이다.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며 사실상 '조기 레임덕' 상황으로 치닫자 '충격 요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작심'한 한 대표 “독단적 국정 운영, 국민 반감”

한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 ‘대국민 사과’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또 “대통령은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 개편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실의 ‘불분명한 해명’도 작심 비판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뭔가 감추고 빼고 더하려 하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적어도 지금은 국민께 법리를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전혀 다르다”고 못 박았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통화를 “법적·정치적·상식적 문제가 없다”고 두둔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한 대표의 발언수위는 “민심이 매섭게 돌아서면서 독단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도 커졌다”는 대목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국정 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그동안 대통령실에 ‘김건희 리스크 해소’, '의료개혁 속도조절’ 등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에게 ‘독단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고양=왕태석 선임기자

당정 디커플링에 자신감 붙은 듯

윤 대통령과 달리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하락하지 않아 ‘디커플링’(분리)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한 대표는 자신감을 얻었다. 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이 윤 대통령은 19%로 추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32%로 되레 올라 더불어민주당과 같았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의 경우 지지율 격차(윤 대통령 18%, 국민의힘 53%)는 훨씬 더 컸다. 여당과 한 대표를 향한 보수진영의 기대감은 살아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 대표는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공세’에 “어떤 이름을 붙인 헌정 중단이든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장외 집회에는 “이재명 대표의 유죄 판결 이전에 헌정을 중단시켜버리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트라우마’를 느끼는 보수진영을 향해 ‘탄핵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에도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김 여사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 여러 말씀을 드렸다”고 말을 아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을 받지 않기 위해 대통령실의 자발적 쇄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변화와 쇄신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2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해 특검법 통과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갈라진 與... “대통령실 뭐라도 해야” “한 대표 방식도 문제”

여권 내부에서도 계파를 불문하고 ‘대통령실 쇄신' 요구가 쏟아졌다.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고 반대 여론이 70%가 넘는 이 끔찍한 현실을 언제까지 모른 척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친윤석열계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금은 국면전환을 위해 뭐든지 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을 감싸던 친윤계까지 가세한 것이다. 김 여사가 연루된 ‘공천개입 의혹’에 윤 대통령마저 당사자로 거론되면서 정권이 흔들리고 여권이 공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3선 중진의원들은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간담회 직후 “당과 대통령실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는 말이 나왔다”(김성원)고 밝혔다. 다만 한 참석자는 “대통령실의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대통령실을 밀어붙이듯 압박하는 한 대표 방식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이 계속 전제조건을 달며 불참을 고수한다면 의료상황이 심각한 만큼 11일 여·의·정만이라도 출발하려 한다”며 “먼저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민주당도 꼭 참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형 의료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