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콜렉션] 신미경 '고스트 시리즈'

2024. 11. 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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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작가는 30년 가까이 서양의 고전 조각상이나 동양의 도자기 등 문화적 유산을 일상적이고 친숙한 재료인 비누를 통해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신미경이 처음 시각예술을 통해 문화적 번역의 문제에 눈을 돌린 것은 1997년 말 런던대학 슬레이드 스쿨에서 작업하면서부터다.

도자기 표면의 원본에 있던 무늬가 모두 지워진 이 투명한 도자기 조각은 역사적 맥락과 정보를 상실하고,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오가는 신미경의 작업 세계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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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 '고스트 시리즈', 비누·향료·색소·바니쉬 총 18점(크기상이), 2007-2014.

신미경 작가는 30년 가까이 서양의 고전 조각상이나 동양의 도자기 등 문화적 유산을 일상적이고 친숙한 재료인 비누를 통해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신미경이 처음 시각예술을 통해 문화적 번역의 문제에 눈을 돌린 것은 1997년 말 런던대학 슬레이드 스쿨에서 작업하면서부터다. 신미경은 하나의 사물이 원래 놓여 있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탈문맥화하는 과정을 '유물화'로 지칭하고, 그 과정을 재연했다. 부드러우면서 쉽게 마모되고 녹아 사라지는 비누를 이용했다. 덩어리는 붙이고 디테일은 깎아내는 방법으로 원본의 마모된 흔적까지 완벽히 복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누라는 재료가 유물화 과정을 단축시키고, 원본과 복제본 사이의 오역의 단서를 제공하는 점에 흥미를 느낀다. '고스트 시리즈'(2007-2014)는 비누로 도자기 형태를 만든 작품이다. 실제 도자기의 무늬와 장식은 제거한 채 도자기 형태만 유령처럼 남아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지은 제목이다. 도자기 표면의 원본에 있던 무늬가 모두 지워진 이 투명한 도자기 조각은 역사적 맥락과 정보를 상실하고,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오가는 신미경의 작업 세계를 대변한다.

신미경은 1990년 서울대학교 조소과, 1993년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한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런던대학교 슬레이드 스쿨을 졸업했다. 현재도 런던에서 거주하면서 한국과 영국, 뉴욕, 네덜란드 등을 오가며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3년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스페이스 C, 서울), 2022년 '거석'(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 네덜란드), 2021년 '앱스트랙트 매터스'(씨알콜렉티브, 서울), 2019년 '날씨'(바라캇 런던, 런던), 2018년 '오래된 미래'(우양미술관, 경주), 2018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아르코미술관, 서울), 2016년 '신미경 개인전'(스페이스K, 서울), 2016년 '진기한 장식장'(학고재 상하이, 상하이), 2013년 '올해의 작가상 2013'(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1년 '트렌스레이션'(헌치 오브 베니슨 갤러리, 런던), 2009년 '트렌스레이션'(국제갤러리, 서울), 2004년 '퍼포먼스&쇼'(브리티시 뮤지엄, 런던)가 있다. 또한 2017년 '코리안 아이:인식된 흔적'(사치갤러리, 런던) 2019년 '고전의 시대'(세인트 레이몬드 미술관, 툴루즈), 2021년 '상실, 내게 일어난 모든 것'(대전 시립미술관, 대전), 2022년 '흔적'(갤러리 JJ,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 밖에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미국 휴스턴 미술관, 영국예술위원회, 영국 브리스톨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김민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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