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도 전에 폐지…금융세제 선진화 노력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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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압박에 더불어민주당마저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자,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노력을 통해 애써 결실을 맺은 금융세제 선진화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내 거시·금융 분야 전문가들의 대표 학회인 한국경제학회는 소속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금투세 폐지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바 있는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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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압박에 더불어민주당마저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공식화하자,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노력을 통해 애써 결실을 맺은 금융세제 선진화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세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흔들리게 됐다거나 20~30대 투자자들의 과대 대표된 여론에 굴복한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투자를 통해 발생한 소득에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현행 금융소득 과세체계가 금융시장 고도화에 따른 상품의 분화에 개별적으로 적응하면서, 과세 방식과 세율이 과도하게 복잡하고 과세 공백 또한 크다는 점에서,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체계를 선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랜 기간 논의된 제도 개선 방안이었다.
실제 현행 과세체계에 따르면, 주식은 상장주식 대주주(코스피 기준 종목당 보유 주식액 50억원 이상 또는 지분율 1% 이상)는 양도소득세를 내고, 상장주식 소액주주가 거둔 양도소득은 비과세 대상이다. 채권의 경우 이자·할인액에는 이자소득세가 적용되지만, 환매로 발생한 양도소득은 비과세다. 또 파생상품은 기초자산 유형에 따라 양도소득세가 과세(주가지수형 파생상품)되기도 하고 비과세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주식 양도소득 파악이 어려웠던 탓에, 투자소득 여부와 별개로 1979년부터 증권거래세가 부과돼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난맥을 풀기 위해 마련한 개선안을 별다른 사회적 논의조차 없이 뒤엎은 정치권 결정에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민주당이) 집권 시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사회적 반발과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끌어낼 역량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금투세 과세 대상은 주식투자자 상위 1%로, 이재명 대표가 오랜 기간 주장해온 국토보유세 등에 견줘 추진 난이도가 훨씬 낮은 과제였다”며 “향후 민주당이 집권하면 연금 개혁 등 당면한 여러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을지 심대한 의문을 남긴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펑크’를 돌아볼 때 재정 기반을 허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 등 과세 기준(2020년 0.10%→2025년 0%로 단계적 인하)을 완화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조차 내놓지 않은 점에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만 선언할 게 아니라, 앞으로 자산 과세를 어떻게 해나갈 것이냐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며 “보완 대책 없이 금투세 폐지만 하면 결과적으로 세수만 줄인 꼴이 된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증권거래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는 2021∼2023년 연간 7천억원에서 2조2천억원 규모다.
민주당이 이날 증시 부진을 주된 이유로 들며 폐지 결정을 정당화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결정은 사실상 유권자라 할 수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이것마저 오판”이라며 “금투세 반대론자들에 따르면 오늘 코스피는 폭등했어야 하지만 고작 1.83% 상승하는 데 그쳤고, 금투세 과세 대상인 개인투자자들이 오히려 대량 매도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내 거시·금융 분야 전문가들의 대표 학회인 한국경제학회는 소속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금투세 폐지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바 있는데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0%에 이르렀다. 이날 정치권이 결정한 것과 같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0%에 그쳤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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