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투자자 표심 의식…갈지자 행보 끝 금투세 폐지

엄지원 기자 2024. 11. 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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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일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공식화한 직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이런 성명을 내놨다.

'투자자 표심'을 의식해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금투세를 시행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없애겠다고 한 것은 물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민주당의 조세 원칙마저 허물어버렸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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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도입한 금투세 4년 만에 폐지
유예 시사→보완 시행→결국 폐지
공평 과세 원칙-개미 공포 사이서
오락가락 하다 게도 구럭도 놓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준호 최고위원(왼쪽)과 이야기 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민석 최고위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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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시행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의 갈팡질팡 행보는 결국 부자감세 동조로 귀결됐다. 신뢰와 (민주당의) 강령, 정체성을 훼손한 채, 결국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규탄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일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공식화한 직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 단체는 이런 성명을 내놨다. ‘투자자 표심’을 의식해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금투세를 시행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없애겠다고 한 것은 물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민주당의 조세 원칙마저 허물어버렸다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판,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당 안팎에선 이번 금투세 폐지 결정이 실리도 명분도 불분명한데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 관리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던 금투세를 두고 야당 안에서 회의론이 고개를 든 건 4개월 전이다. 이 대표가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7월10일 ‘유예’를 시사한 게 시작이었다. 2022년 연말 여당에 등 떠밀린 모양새로 2년 유예에 합의한 데 이어, 2027년 대선을 바라보는 이 대표가 근거가 부족한 ‘증시 폭망설’에 기댄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에 편승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정치 이슈 많은 날 발표해 뒷말도
“상법 개정 처리로 진정성 입증을”

이 대표는 논란이 일자 ‘보완 시행’으로 입장을 틀었다가, 당내 토론과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이날까지 입장을 함구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넉달 가까이 좌고우면하면서 결정에 이르는 과정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9월 이뤄진 민주당의 금투세 찬반 토론회는 ‘답이 정해진 역할극’이란 논란을 불러왔고, 시행팀(찬성팀)에서 “주가가 내릴 것 같으면 인버스(특정 지수 하락에 베팅)에 투자하라”는 돌출 발언이 나오면서 개미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과 여론 악화만 불러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를 두고 “집권 여당도 아닌 야당이 비판을 의식해 정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며 게도 구럭도 놓친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날 다소 전격적으로 이뤄진 입장 발표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공천 개입’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눈길이 쏠린 시기에 숙제를 해치우듯 입장을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중요한 정책인 만큼 책임 있게 발표하는 게 맞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등 여러 정치 뉴스가 많은 날 슬그머니 흘려보내듯 밝힌 태도가 정정당당하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금투세 시행에 앞서 자본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만큼, 상법 개정안 처리 등에 제대로 총대를 메야만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을 거란 지적이 나왔다. 각종 특검 등 정치 현안만큼 상법 개정안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상법 개정의 구체적 일정을 밝힐 때 이 대표의 ‘고뇌에 찬 결단’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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