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시신 유기한 군 장교, 피해자 휴대전화로 부대에 문자도

이태권 기자 2024. 11. 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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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강원 춘천경찰서에서 화천 시신 훼손 유기 사건 피의자가 조사를 위해 강원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범행 후 '완전범죄'를 꾀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혐의 피의자인 30대 후반 A 씨는 지난달 26일 피해자 B(33) 씨의 시신을 유기한 뒤인 27일쯤 B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 측에 남은 근무 일수에 대해 "휴가 처리해달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10월 말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B 씨에게는 사나흘 가량 근무 일수가 남아 있었는데, 무단결근 시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A 씨가 B 씨 행세를 하며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심지어 B 씨의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내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습니다.

B 씨의 가족은 26일 미귀가 신고를 했지만, A 씨의 이 같은 지능적인 행동에 범죄 피해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이달 3일 오후 7시 10분쯤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도에서 30대 A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일원역 인근 배수로에 A 씨가 버린 B 씨의 휴대전화도 확보했습니다.

다만 휴대전화가 심하게 부서져 있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복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A 씨는 시신 훼손과 유기 과정에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능적으로 움직이며 완전범죄를 시도했습니다.

시신 훼손 장소로 택한 부대 인근의 건물 철거 공사 현장에서는 직접 준비해온 도구들로 혈흔 등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A 씨의 검거 이후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된 상태였습니다.

시신을 유기할 때는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에서 B 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오후 9시 40분쯤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 진급 예정자로 10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는데, B 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두 사람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며 친하게 지내왔던 사이였지만 최근에 갈등이 있어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고 A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권 기자 right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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