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대통령이 소통은 피하고 자랑만 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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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4일 국회에 나가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어야 했다.
특검법을 놓고 여야 대치가 극심하고 명태균 녹취가 정치판을 흔드는 상황이니, 윤 대통령 입장에서 국회에 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국민 세금을 어떻게 쓰고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고(告)했어야 했다.
국회 개원식에 이어 시정연설까지, 윤 대통령은 입법부인 국회와 접점이 닿는 순간마다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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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4일 국회에 나가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어야 했다. 설사 “돌을 맞더라도”(범어사 발언) 정면 돌파했어야 했다. 시정연설이 정쟁에 활용될까 우려해 가지 않았다는 것을 불참의 이유로 들기엔 궁색했다. 특검법을 놓고 여야 대치가 극심하고 명태균 녹취가 정치판을 흔드는 상황이니, 윤 대통령 입장에서 국회에 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갔어야 했다.
우선 예산편성권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이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올해 세수 부족은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세입 여건은 만만하지 않다. 국민 세금을 어떻게 쓰고 나라살림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고(告)했어야 했다. 넉넉한 살림을 설명하는 자리라면 총리가 대신해도 되겠지만, 어려운 살림을 꾸려 나가는 자리인 만큼 더욱 대통령의 직접 설명이 필요했다.
여기에 국민과의 소통 측면에서도 국회로 나갈 필요가 있었다. 또 대야(對野) 설득의 측면에서도 시정 연설은 필요한 자리였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불편한 상황을 겪었을 수는 있으나 이 기회를 빌어 윤 대통령은 예산안 말고도 하고 싶은 말들을 국민과 야당에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저버렸다.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 관점에서 봐도 갔어야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데서 엿보였던 대통령의 호방함이나 기개는 온데간데 없다. 국회 개원식에 이어 시정연설까지, 윤 대통령은 입법부인 국회와 접점이 닿는 순간마다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지지층에게도 시원함을 주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지지율 반등은 꾀하기 어렵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용산의 소통법은 국민이 기대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맞아 대통령실이 내놓은 카드는 ‘소통’이 아닌 ‘성과 발표’다. 시정연설에 불참한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들에 “정책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 잘 마무리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국정 및 외교안보 분야 성과와 향후 추진 계획을 밝히는 브리핑 일정을 줄줄이 잡았다. 4대 개혁 성과를 강조해 야당 공세와 친한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일각의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과연 그것일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 11월은 가장 골치 아픈 한 달이 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 결과가 곧 발표되고, 15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의혹)가 기다리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외교일정이 빽빽한 가운데 북한의 도발 수위는 어디까지 갈지 짐작하기 어렵다. 고물가에 저성장, 세수 부족 등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다. 임기 반환점을 돌았으니 기자회견이든 무엇이든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도 가져야 한다.
눈 앞에 불투명한 변수가 많을 수록 대통령은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 용산은 그동안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개선하려 하기보단 외면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였다. 남은 집권 하반기에 국정 동력을 조금이라도 얻으려면 여권 내부, 그리고 국민들과 적극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외치는 성과로 어필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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