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만에 입 연 한동훈, 윤 대통령 “독단적”이라며 사과·쇄신 개각 요구

조미덥·민서영 기자 2024. 11. 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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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 논란에 대한 사과와 참모진 개편, 개각 등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촉구했다. 지난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대(한국갤럽)로 떨어지는 등 커지고 있는 여권 공멸의 위기를 여당이 주도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이 공개되고 침묵을 지키던 한 대표가 4일 만에 대통령의 직접 설명과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그는 윤 대통령의 육성이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대통령실의 대응을 두고 “적어도 지금은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과 쇄신용 개각, 김 여사의 대외활동 즉시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도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는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밝힌 쇄신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당시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함께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조치(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제 공천 개입 의혹을 키울 윤 대통령의 육성이 나온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무마할 수 없고 더 센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요구에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 라인뿐 아니라 주요 참모들을 대거 교체하고,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등 공식 일정에도 동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친한동훈(친한)계 인사들은 설명했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국민이 예상한 수준 이상의 조치가 나와야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다는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 기조의 전환이 반드시 더 늦지 않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독단적’이라고 비판하며 빠른 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이달 말 입장을 표명한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대해 “집이 불에 활활 타는데 일주일 뒤에 물 갖고 오겠다는 얘기”라며 이번 주 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당의 요구를 반영해 오는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 대표 측이 이런 작심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윤 대통령과 여당을 분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보수층에게도 여당을 지지할 명분을 주겠다는 의미다. 최근 당 원로들과 시도지사협의회 등도 윤 대통령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어 친윤석열(친윤)계가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방어막을 쳤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언급하며 “그 뻔히 속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 갈등이 야권의 탄핵 공세에 빌미를 준다는 보수 진영의 우려에 대응해 탄핵을 막을 방안이 쇄신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민주당이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으면 오는 11일 야당을 빼고 협의체를 출범하겠다고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민심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당정관계와 여권의 위기 극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쇄신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법 드라이브에 맞설 여당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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