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금투세 폐지’ 대권행보 강화… 당내 반발엔 “상법개정 처리”

윤다빈 기자 2024. 11.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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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04. 서울=뉴시스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폐지하는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는 4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배경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야권 내 금투세 시행론에도 결국 대선 행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폐지를 최종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중 공직선거법,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가 당 차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에 나서는 한편 차기 대선 주자로서의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시선 분산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李 금투세 완화, 유예, 폐지 오락가락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윤 대통령이 올 초 폐지 방침을 언급한 데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재차 폐지를 공약하면서 재차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폐지 공세 속에 3개월 가량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올해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즉각 당 내 반발에 부딪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필두로 ‘더좋은미래’ 등 당내 주요 의원 모임과 친노‧친문 진영에서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면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면제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고 시행 시점을 늦추는 ‘유예 후 보완 입법’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 대표 취임 후에도 이어진 ‘금투세 후폭풍’은 이 대표는 쉽게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올해 9월에는 당내 의원들이 유예론과 시행론으로 각각 팀을 나눠 찬반 토론회까지 열었지만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그러는 사이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나서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당내에서 폐지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윤 대통령 퇴진 공세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보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내 의견이 확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 관계자는 “이번에 유예하면 차기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금투세 논쟁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유예할 바에 폐지하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방침에 국내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61포인트(1.83%) 오른 2588.97에 마감했다. 2540대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이 대표의 발표 내용이 알려진 오전 9시 40분경부터 급등했다.

● 금투세 대신 ‘상법개정안’으로 지지층 달래기

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민주당의 전통적인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들을 비롯해 다른 군소야당과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금투세 폐지는 눈앞의 표만 바라본 결정”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프레지덴셜하다’(대통령스럽다)는 말에서 깨어나라”고 직격했다. 진보당도 “재벌의 지배구조 해결 없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는 건 책임정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대신 ‘상법개정안’ 처리를 약속하면서 야권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증시가 국민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입법과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원칙과 가치를 져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판,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노력을 앞으로도 하겠다”고 했다.

다만 상법 개정은 재계에서 ‘악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금투세 폐지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내 지도부 의원은 “기업 입장에선 금투세 시행보다 상법개정이 더 큰 리스크일 것”이라며 “여당과 재계 반대가 만만치 않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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