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분노한 주민들의 `진흙 던지기`, 수해 현장 찾은 스페인 국왕의 봉변

박영서 2024. 11. 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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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 수해 현장을 방문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우산 속 남성)을 향해 분노한 주민들이 진흙을 던지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찾았다가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지요.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으며,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한 온라인 영상에서는 한 청년이 국왕을 향해 국가의 이번 수해 대응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외쳤습니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을 씌우며 보호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는 수모를 피할 순 없었습니다.

펠리페 6세는 다른 일행보다 더 오래 머물며 주민들을 위로하려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방문을 종료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파리포르타에 이어 찾으려했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습니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인 이미지를 크게 신경을 쓰지요. 국민들도 국왕을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합니다. 발렌시아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이처럼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습니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000 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습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체스 총리는 2일 기자회견에서 군인과 경찰 1만명을 피해 지역에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군인 7500명과 경찰 9000여 명이 생존자 수색과 시신 수습 등에 나서게 됩니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 심각한 문제와 (자원) 부족이 있고, 절실하게 친지를 찾거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추후 재해 대응 관련 "과실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를 파악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우리의 차이를 잊고 이념과 지역적 문제를 뒤로 하고 대응에 단합할 때"라고 호소했습니다.

피해 지역은 중앙 정부에 실종자 수색과 구호·복구 작업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리벨 알발라트 파이포르타 시장은 유로파 프레스에 도시 내 여러 지역에 여전히 접근할 수조차 없다며 "차 안에 시신이 있어 이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수해로 축구 경기도 연기될 전망입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의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과 한지 플리크 바르셀로나 감독이 한목소리로 리그 일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미 호우 피해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발렌시아-레알 마드리드전, 비야 레알-라요 바예카노전은 모두 연기됐습니다. 라리가 사무국은 이외 모든 경기는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으나 시메오네 감독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정말 말도 안 된다"며 라리가 모든 경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메오네 감독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을 도우려는 많은 사람이 무엇이든 하기 위해 삽과 도구를 갖고 거리로 나가는 건 엄청난 감동을 준다. 국민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피해 지역 복구를 돕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플리크 감독도 "이 사태는 스페인 전체의 비극"이라며 시메오네 감독의 '전 경기 연기'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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