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명태균 파장 더 커지면 TK 기반까지 괴멸된다

2024. 11. 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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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총체적 난국이다. 아직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돌지 않았지만 임기 들어 최저치 지지율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10%대 지지율의 대통령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10월 29~31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5명 대상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응답률 11.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19%,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72%로 나타났다. 임기 들어 최저치다. 아직 임기 절반이 지나지 않았지만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평가는 임기 6개월 정도를 남겨 두고 있는 대통령의 평가와 다를 바 없다.

이 조사에서 대통령의 부정 평가 이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가 17%로 가장 높게 나왔다. 역대 대통령 중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평가로 지지율 폭락을 경험했던 지도자는 없었다. 특히 명태균이라는 인물로 인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명태균 스캔들조차 처리하지 못하는데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정치권을 뒤덮고 있다.

명태균 파장과 관련된 첫 번째 정치적 타격은 '윤석열 정부 불신론'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과 대통령이 이끄는 내각에 정치적 신뢰는 기본 요소다. 필수적이기도 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한 발 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명태균 문제 하나, 그리고 아내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에 대한 불신감은 최근 들어 더욱 팽배해졌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핵심 개혁 과제로 4대 개혁(연금, 노동, 교육, 의료)을 꺼내들고 있다. 저출생 대응은 4대 개혁 이상의 중대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야당을 공감시키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명태균 사태가 길어지면서 두 번째로 받는 치명적 타격은 '핵심 지역 기반의 붕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당내 갈등, 언론사와 충돌, 한동훈 대표와 마찰, 김건희 여사 논란이 벌어지더라도 끝까지 지지층으로 정권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지역이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 지역이었다. 그런데 명태균 사태가 확대되고 윤 대통령이 명태균과 주고 받은 대화 육성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구·경북(TK)은 18%, 부산·울산·경남(PK)은 22%로 나왔고,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었던 서울은 22%로 바닥을 면치 못했다. 이대로 간다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 모두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못하고 만다.

명태균과 대화를 나눈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을 하는 내용이다. 대화 시점은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취임식을 하기 하루 전 날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월 초부터 불거진 명태균 의혹의 핵심은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실제로 관여했느냐 여부다. 민주당에겐 정치적 호재다. 민주당은 탄핵 여론을 키울 '스모킹건'으로 더욱 몰아붙일 기세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정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11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과 25일의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정부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었던 '광우병 사태'와 '최순실 사태'의 특징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대통령 리더십은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명태균 사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정상적인 국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가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진정한 평가다.

불이 났는데도 불이 났는지 모르고 진압할 줄도 모른다면 윤 정권의 마지막 생명줄인 TK 기반마저 괴멸될 것이다. 그야말로 윤 정부 최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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