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는 넘었다…남은 `밸류업 퍼즐`은?

김남석 2024. 11.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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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밸류업 방향 긍정적
해외 자금 본격 유입 위해선
기업 지배구조 등 개선 목소리
정은보(왼쪽)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일 '코리아 캐피털 마켓 콘퍼런스 2024'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제공]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결국 폐지된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밸류업을 위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증시 향방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공매도 불확실성도 해소돼야 한다고 봤다.

◇외국인 '장기투자' 원한다면 대주주 중심구조 해소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부가 국내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정책'의 속도와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믹소 다스 JP모건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4일 '코리아 캐피털 마켓 콘퍼런스 2024' 토론회에서 "밸류업 정책 초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되며 코스피 지수도 상승세를 탔다"며 "하지만 이후 실적과 산업 사이클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위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짙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주식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주환원과 자본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주주환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존 전 알파 에셋 매니지먼트 매니징 디렉터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더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는 "최근의 정책 변화와 한국 정부의 추진 속도는 엄청나지만 여전히 밸류업까지 갈 길이 멀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80~90%는 기업의 이익이 주주나 기업이 아닌 다른 곳으로 새는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기업은 이익이 주주에게 환원될지, 재투자될지 알 수 없고, 이익이 어딘지 모를 포도밭이나 야구단에 투자되기도 한다"며 "이 재원들이 사업에 재투자된다면 가치가 매우 높고 주주환원도 가능한데 대주주 하나의 큰 야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의 이익과 해외 투자자들의 기대수익 사이 끊어진 연결고리가 시장의 신뢰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밸류업 정책 이후 국내 은행들의 주가는 최대 70%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은행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이익이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기업과 독립되지 않은 사외이사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존 전 디렉터는 "선진국에서 사외이사는 모든 주주를 대변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려고 노력하지만 불행하게도 한국 기업은 여전히 거버넌스 문제가 너무 많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상법 개정 여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는 결국 밸류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처음에는 기대하던 기업들도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 됐다"면서 "오늘 금투세 폐지 이후 바로 나온 얘기가 상법 개정인 것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외신에서 밸류업을 위해서는 재벌위주 지배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밸류업을 할 때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밸류업을 원하는지 아니면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하고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과 '불통'한 공매도 중단… 헤지수단 사라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전면 금지된 공매도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피터 스테인 아시아증권시장금융시장협회 CEO는 "지난 2년간 상당히 많은 자금이 중국을 떠났지만 대만, 인도와 달리 한국 시장은 반사이익을 보지 못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질적으로 남은 가장 큰 이유는 공매도 이슈"라고 짚었다. 그는 "2022년 발표된 자본시장 백서에서 공매도 금지 문제가 해결돼야 선진시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금지가 취소되긴커녕 오히려 연장됐다"며 "시장과 먼저 상의하거나 경고하는 조치도 없어 정책 불확실성 등이 부각돼 시장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스테인 CEO는 공매도가 외국 기관 투자자의 투기 수단이 아닌 '헷지'(위험회피)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포지션을 취할 때 반대 포지션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도 있어야 투자자금이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헷지 수단이 사라졌고, 이는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내년 3월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강화된 처벌로 인한 우려도 남아있다는 평가다. 강화된 국내 공매도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회원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반했을 때의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새로운 규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모든 규칙은 완벽할 수 없고, 기술이나 운영 측면에서 위반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처벌이 강화되더라도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에 대한 참작요인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재영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 팀장은 "그간에는 무차입 공매도 판단 기준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바 없지만, 지난 9월 세부적인 유형별 불법공매도 판별기준을 제시했다"며 "처벌을 무기징역 등으로 강화한 것은 시세조종을 위한 악의적인 공매도 부분"이라고 답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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