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AI]②할리우드에 닥친 AI…'아기 그루트' 아버지의 생존 전략

홍영재 기자 2024. 11.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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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헐리우드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AI 기술이 이들의 일자리 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이미 체감하고 있습니다.

영화 토르 러브앤썬더 등 여러 마블 작품의 컨셉 아트를 담당했던 추유진씨 집에 디자이너 동료들이 모였습니다.

탁자에 둘러 앉은 이들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AI입니다.

게임 디자이너 앤드류 킴 씨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딸의 진로가 고민입니다.

[앤드류 킴/게임 '갓 오브 워', '언차티드' 컨셉 아티스트: 제가 해왔던 일을 그녀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는데 이제 AI가 등장했으니까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2년 전 출시된 '미드 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처음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습니다.

[앤드류 킴/게임 '갓 오브 워', '언차티드' 컨셉 아티스트: 처음에 나온 AI 생성 이미지들은 완성도가 많이 부족해 보였고, 그때는 크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이 시도하는 것이 그렇게 위협적이거나 무서운 느낌이 들지 않았죠. 단순히 품질이 충분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AI 도구들은 점점 더 사실적인 이미지들을 생성해냈고 또 요청 사항을 정확히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앤드류 킴/게임 '갓 오브 워', '언차티드' 컨셉 아티스트: 많은 사람들이 AI를 '도구'라고 부르며, 그것이 마케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구이기도 하죠.하지만 저에게는 이제 그것이 더 이상 단순한 도구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AI가 너무 많은 아티스트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살인자, 할리우드 영화 업계에선 AI를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추유진/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컨셉 아티스트: 이제 다른 아티스트 분이 침묵의 살인자(사일런트 킬러)라고 표현한 게 저희는 어차피 프리랜서 기반(베이스)거든요.항상 영화 작업이 끝나면 다음 영화로 들어갈 때까지 이제 다시 고용 될 때까지 조금 쉬는 기간인데 지금 그 기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 거죠. 한두 명만 필요할 수 있으니까 그냥 이제 쉽게 이미지를 그 midjourney나 Stable diffusion으로 뽑아내고. 수정만 살짝 해버리면 사실 그게 약간 큰 문제가 주니어급을 이제 채용을 아예 안 하는 상황이 되게 많다고...]

예술 콘텐츠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비르지트 라신 씨가 영화 산업 종사자 2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8%가 AI 때문에 일자리나 소득을 잃었고, 30%는 ChatGPT 출신 이후 자신의 작업량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 44%는 AI로 인해 자신의 직업적 즐거움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비르지트 라신/마케팅 회사 루치타 대표: 몇몇 사람들은 생성형 AI가 예술적 경력을 죽였다는 상자에 체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자신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마블 시리즈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인 아기 그루트의 컨셉 디자인을 그린 25년 차 아티스트 앤서니 씨.

AI라는 새로운 도구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현재 상황을 보면서 포토샵이 처음 출시됐던 90년대를 떠올렸습니다.

[앤서니 프란시스코/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컨셉 아티스트: 1999년쯤 제가 처음으로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도 비슷한 개념이 있었죠. 그때 사람들은 '이건 진짜 예술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렇지만 저한테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 데 도움이 됐어요. 왜냐하면 연필이나 물감 같은 걸 사지 않아도 됐거든요.]

새로운 도구를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었지만 살아남은 건 신기술을 받아들였던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앤서니 프란시스코/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컨셉 아티스트: 저는 AI를 배우고 싶어요, 왜냐하면 뒤처지고 싶지 않거든요. 예전에 포토샵이 처음 나왔을 때,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포토샵을 사용하기 싫어했어요. 지금은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큰 격차가 생긴 것 같아요. 꼭 좋아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만일을 대비해 사용할 줄 알아야 하죠. 그 당시 일어났던 일은, 포토샵을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일을 받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은 기존의 기술과 앞으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함께 조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내가 해오던 일을 동시대의 기술이 더 쉽고 빠르게 해내는걸 생생히 지켜보는 가운데 엄습해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럼에도 자신의 기술을 계속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터 한/드로잉 아티스트: 저는 미래에도 AI가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예술가의 표현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 사이에는 인간적인 연결이 있습니다. 그 연결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며,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AI를 통해 무언가가 처리되거나 필터링될 때는 비슷한 패턴과 유사한 기술들이 사용됩니다.

사람들이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훈련되지 않았다면, 비슷한 프롬프트를 계속 사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매우 유사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항상 콘텐츠가 반복적이고 단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예술가, 혹은 이러한 것을 창작하는 사람은, 말씀드렸듯이, 결코 대체되지 않을 것입니다.

AI 시대를 어떻게 살아나갈지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피터 한/드로잉 아티스트: AI가 하지 못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티스트로서 그림과 스케치를 더 잘하는 게 아닙니다.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법, 동료와 일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법 그리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취재: 홍영재, 영상취재: 하륭, 영상편집: 원형희, 제작: 디지털뉴스편집부)

홍영재 기자 y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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