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치솟는 폴란드어과 …'문송'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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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필요 없는 문과가 있다.
지난달 한국을 국빈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으로터 직접 십자장교 공훈훈장을 받은 최성은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교수(53)는 최근 서울 신사동 민음사에서 기자와 만나 "국내 유일인 외대 폴란드어과는 K방산 열풍 덕분에 순수 취업률이 공대 못지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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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소설 40여권 번역 공로
두다 대통령 직접 훈장 걸어줘
폴란드에 韓기업 400개 육박
K방산 열풍 타고 취업률 껑충
현지서 한강·천명관 K소설 붐
문학번역, 인간이 더 뛰어나죠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필요 없는 문과가 있다. 한국외대 폴란드어과다. 정원이 30여 명인데, 취업이 잘돼 졸업생이 모자랄 정도다.
지난달 한국을 국빈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으로터 직접 십자장교 공훈훈장을 받은 최성은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교수(53)는 최근 서울 신사동 민음사에서 기자와 만나 "국내 유일인 외대 폴란드어과는 K방산 열풍 덕분에 순수 취업률이 공대 못지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2007년부터 학과장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쿠오 바디스'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등 40여 권을 번역했다. 이 공로로 2012년에 십자기사 공훈훈장, 2014년 아르티스 문화공훈 메달에 이어 세 번째 훈장이 그의 가슴에 안겼다.
"폴란드인들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커서 훈장을 많이 주네요. 폴란드어는 문학하기 좋은 언어예요. 슬라브어 중에서 어휘도 엄청 풍부하고 문법도 간소화가 안 돼 있어요. 진입장벽이 높지만 매력이 있죠."
최 교수와 마주한 테이블 위엔 책 한 권이 놓여 있다. 그가 최근에 번역한 토카르추크의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이다. 토카르추크는 2018년 노벨문학상 호명 당시 50대 여성이었다. 같은 50대 수상자인 한강과도 적잖은 공통점을 안고 있다.
"토카르추크 역시 시집으로 데뷔한 스타 작가였죠. 소외된 비주류의 역사에 관심이 높아요. 더욱이 극우 단체의 공격을 받는 점도 비슷하네요."
폴란드는 1795년부터 1918년까지 123년간 지도에서 사라진 국가다. "나라가 없을 때 민족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일으킨 것이 문학이었어요. 문인들은 시대의 투사이자 선지자였지요.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새로운 문학에 대한 열망이 불면서 주목받은 작가가 토카르추크입니다."
외대에서 석사까지 마친 후 1996년 유학길에 올라 2001년 귀국했다.
"당시 바르샤바 유학생은 쇼팽음대에서 음악하는 학생들이 많았지, 언어를 공부하는 한국 학생은 거의 없었죠."
남들이 하지 않는 길을 택한 결과 그 앞에 '블루오션'이 활짝 열렸다.
"폴란드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380개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인건비가 싸고 독일로 가는 교두보로서 관심을 받았죠. 이제는 경제 파트너를 넘어 문화예술 교류가 폭발하고 있어요. 지금 폴란드에선 K문학이 난리입니다. 한국어과를 개설한 학교도 다섯 군데나 돼요."
최근 '고래'를 번역 출간한 천명관의 북콘서트엔 250명이 몰렸다. 한강 소설도 네 권이나 번역됐으며 최 교수가 번역한 김영하 소설과 김소월, 윤동주 시집도 폴란드 서점가에 꽂혔다. 내년 5월에 열리는 바르샤바도서전의 주빈국도 한국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번역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술 번역은 인간이 따라갈 수가 없죠. 하지만 문학은 아직은 아니에요. 단순히 단어 대 단어에 대응해서는 안 되는 위대한 문장이 있지요. 이럴 땐 AI가 하듯이 뇌로만 번역해서는 안 되고 뇌랑 심장이랑 같이해야 합니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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