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람사르습지 대암산, 축구장 88개 면적 훼손됐다

김기범 기자 2024. 11.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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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강원 인제 대암산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던 천연림이 무분별한 벌채로 인해 훼손되고, 어린 침엽수가 줄 지어 심어져 있다. 그린피스, 우이령사람들 제공

국내에서 처음으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강원 인제 대암산 내 보호구역 70헥타아르(㏊)가량이 무분별한 벌채로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보호구역 정책이 한국을 포함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육지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한 내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린피스는 환경단체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한 보호지역 : 보호지역 관리 실태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그린피스와 우이령사람들은 보고서에서 대암산에서 2018년말 벌채가 시작되면서 축구 경기장 약 87.5개 크기에 해당하는 약 70ha 이상의 훼손 현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10㏊는 천연보호구역이었고, 그 외 다수의 지역도 야생동물 서식지이자 개발이 금지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었다. 대암산 용늪 일대는 1997년 제1호 람사르습지로 등재된 곳이다. 람사르습지란 철새 등 특정 생물종의 생존을 위한 생태계의 보전을 목적으로 삼는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따라 등재되는 습지를 말한다. 국내에는 25곳이 지정돼 있다.

지난 6월 강원 정선 가리왕산 내 알파인 스키장에서 산사태에 대비한 토목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린피스, 우이령사람들 제공

그린피스와 우이령사람들은 또 다른 보호지역 훼손 사례로 강원 정선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을 들었다. 정부는 2018년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복원한다는 전제하에 가리왕산 보호구역에 활강경기장과 곤돌라 등을 설치했다. 이를 위해 보호구역 내에서도 핵심적인 지역 78㏊가 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올림픽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 등에서는 가리왕산에 국가정원을 건설하는 등 추가 사업까지 검토 중이다. 윤여창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대표는 “보호구역에서 해제돼 스키장으로 개발된 가리왕산의 복원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보호구역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름만 보호지역인 ‘페이퍼 보호지역’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악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허용,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내 흑산도의 공항 건설 추진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그린피스와 우이령사람들은 정부의 보호구역 정책이 2022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에도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KMGBF)’는 2030년까지 보호구역을 전 국토의 30%로 늘리는 내용이다. 한국 정부도 이에 서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의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은 “2027년까지 훼손지역을 식별하고, 2030년까지 복원 우선지역의 30%에 대해 (복원을) 착수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린피스는 “훼손 지역 중 일부만 복원하겠다는 것과 2030년까지 복원을 완료하는 것이 아닌 시작한다는 것 모두 국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보호지역을 개발하는 행위는 야생동식물 서식처와 탄소흡수원 파괴로 이어지고, 산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정부는 보호지역 관련 법안을 개선하고,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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