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중 갈등 깊어질 시간, 韓 외교 유연해져야

2024. 11. 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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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미·중 경쟁 심화는 예견돼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한 한국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중 경쟁 심화, 중국의 저성장,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많은 기업이 탈중국 속도를 높였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2024년 7월 기준 2004년과 비슷한 20% 전후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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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미·중 경쟁 심화는 예견돼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한 한국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미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안미경중(安美經中)보다 안미경미(安美經美)가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대두된다. 그러나 외교는 양자택일보다 좌표의 점진적 이동에 가깝다. 한국이 미국 쪽으로 좌표를 이동함에 따라 중국에서 멀어지면 중국은 한국을 경계하고 양국의 협력도 줄어든다. 중국은 자국이 정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의 외교적 좌표 이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중간국이 급격히 한 국가에 편향되면 멀어진 국가는 이를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여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나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한 한미동맹 강화가 중·러에 위협으로 인식되는 것이 그 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기부터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하면서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 취하던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선회했다. 이후 한국도 변화하는 동북아 상황에 대응하며 방향을 같이했다. 이는 미·중 협력 시기에 중간에서 이익을 누렸던 한국이 좌표를 점차 미국 쪽으로 이동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30년간 고도 성장을 이룬 중국이 고전하고 있다. 활로를 찾지 못하는 일대일로, 계획 경제와 자본주의 경제 간 괴리, 고학력 실업자 증가, 건설 및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 과잉생산과 밀어내기식 수출 등 경제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세계화와 중국의 고도 성장기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도 함께 성장했고, 사드 사태 이전까지 한국 경제의 지나친 중국 의존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미·중 경쟁 심화, 중국의 저성장, 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많은 기업이 탈중국 속도를 높였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2024년 7월 기준 2004년과 비슷한 20% 전후로 낮아졌다. 반면 대미 수출은 점차 증가하여 대중국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적·안보적·지정학적 측면에서 한국에 여전히 중요하다. 교역량이 줄어들어도 중국은 월평균 수출액 100억달러가 넘는 한국 교역 대상국 1·2위 국가다. 월평균 수출액이 50억달러를 밑도는 3위 베트남과의 격차는 크다. 중국의 산업 및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 수출구조에 조정이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비중을 줄이는 것은 한국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한국의 안보는 지정학적 상황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은 한미동맹, 한미 핵협의그룹(NCG), 한·미·일 연합훈련 등 안보의 일부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핵을 보유한 북·중·러를 머리에 이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이사할 수 없고 이들은 우리의 영원한 이웃 국가다. 이들과의 단절은 동북아 평화 협력의 지렛대를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질서의 대격변기에 한국은 국익을 위한 대외정책의 본질과 방향성을 점검하고 미국이나 중국의 시각이 아닌 한국의 독자적인 외교 안보 시각을 정립해야 한다. 미·중 경쟁에 대처하는 한국의 입장은 어느 편이 맞고 틀리냐 혹은 이기는 편에 서면 함께 이긴다는 단순한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중 갈등의 부정적인 압력이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미·중 양국과 유연한 외교관계를 유지하여 현재의 위기를 관리하고 다가올 갈등 심화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

[최재덕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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