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김의 예술법정] 아트마켓 역사를 새로 쓴 경매

2024. 11.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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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0월 18일 저녁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현대미술 역사를 새로 쓴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의 택시 재벌인 로버트와 에설 스컬 부부는 탁월한 예술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고 있었다.

뉴욕 미술계는 스컬 부부가 예술 애호가 행세를 했지만 오로지 투자와 출세 목적으로 예술을 샀다고 맹비난했다.

많은 예술가와 예술 애호가는 경매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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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재벌 스컬부부의 경매
예술로 돈 번다는 비난에도
미술 작품의 상품성 증명해
예술을 사고파는 시대 열어
로버트 라우션버그의 '모노그램'(1959년).

1973년 10월 18일 저녁 뉴욕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현대미술 역사를 새로 쓴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의 택시 재벌인 로버트와 에설 스컬 부부는 탁월한 예술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고 있었다. 스컬 부부는 20년간 추상표현주의부터 팝아트까지 다양한 동시대 작품들을 수집했다. 이들은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칭송받았고 동시대 예술가들의 친구이자 후원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렇게 수집한 작품 50점을 모두 팔아치운다는 소식은 뉴욕 미술계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화려한 경매 카탈로그에는 마크 로스코, 로버트 라우션버그,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등 현대미술사를 채우게 되는 작가들의 작품이 망라돼 있었다. 경매 역사상 최초의 블록버스터 판매였다.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 찾아가 프리뷰와 파티를 여는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도 했다.

뉴욕 미술계는 스컬 부부가 예술 애호가 행세를 했지만 오로지 투자와 출세 목적으로 예술을 샀다고 맹비난했다. 예술의 공공성과 순수성이 강조되던 시절이었다. 많은 예술가와 예술 애호가는 경매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을 비웃듯 경매장은 가득 찼고 단 한 시간 만에 모든 작품이 추정가를 넘어 팔려 나갔다. 스컬 부부는 경매 직후 220만달러의 총판매 수익을 공개하며 노골적으로 구매가와 판매가의 차익을 부각했다. 스컬이 라우션버그에게 900달러에 직접 구매한 작품은 무려 8만5000달러에 팔렸다.

생존 작가들의 작품이 수배의 가치를 올려 되팔 수 있는 매우 수익성 있는 '상품'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날 이후 새로운 '아트 마켓' 시대가 열렸다. 예술 작품을 백화점 상품처럼 카탈로그에 나열하고 홍보하며 판촉하는 데 중점을 둔 극도로 상업화된 아트 마켓 말이다.

통시적으로 보면 산업혁명과 신흥 상공인의 등장과 함께 예술은 특권층의 독점에서 풀려났고 누구나 예술을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예술 작품도 거래 대상이자 자본과 환가할 수 있는 '상품성'을 지니게 됐다. 예술의 공공성을 부각하며 미술관 같은 기관의 역할이 강화되기도 했지만, 예술의 인기만큼 '투자 상품'으로서의 예술 또한 보편화됐다.

돈이 몰리는 곳에는 투기 심리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사기꾼도 몰리기 마련이다. 지난 9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미술품 임대 사업을 통해 원금과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한 '폰지' 수법의 다단계 금융 사기 업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세상에 쉬운 투자는 없지만, 예술만큼 까다로운 '투자 상품'도 없다. 내재된 본질적 속성이 여타 시장과 확연히 다른 예술계와 예술 시장만의 원칙과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공통된 원칙 하나가 있다. 로마 시대부터 시작된 상거래 기본인 '구매자 주의 원칙'이다.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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