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목말랐던 부산, 공연 대박 행진
'킹키부츠' '시카고'도 대기 중
1700석 전용극장 드림씨어터
'오페라의 유령' 장기 공연도
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무대를 휘젓는 와중에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가 노래한다. 인간과 뮤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사람은 물론이고 저승의 신 하데스의 마음까지 노래로 사로잡는 인물이다. 관객들은 숨죽인 채 세상을 구원할 노래를 듣는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지난 3일 부산에 위치한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에서 뜨거운 기립박수 속에 공연의 막을 내렸다. 수천 년 전 그리스 신화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작품으로 2021년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한 이후 두 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지상과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두 가지 신화가 자연스럽게 교차된다.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여정을 떠나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중심 이야기로 두고, 지하의 신 하데스에게 납치된 후 그의 아내가 돼 1년을 반으로 나눠 지상과 지하에서 살아야만 하는 페르세포네 신화를 서브 플롯으로 삼았다.
배우들의 많은 연습량이 느껴지는 뮤지컬다운 뮤지컬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모든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내레이터 역의 헤르메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데스타운'은 뉴올리언스 재즈, 아메리칸 포크, 블루스 등 다채로운 선율로 이뤄진 넘버 37곡으로 이뤄져 있다. 7인조 라이브밴드는 무대 위에 함께하며 작품의 생동감을 높인다. 가난한 오르페우스가 재즈 바에서 웨이터로 일하면서 극이 시작되는데, 그곳의 트롬본 연주는 이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임을 알려준다.
끊임없는 율동과 화음에서 배우들의 땀과 열정이 느껴진다. 대부분 무대에서 운명의 여신 3명, 일꾼 5명 등 모든 출연배우 15명이 함께 화음을 맞추며 춤춘다. 오르페우스는 기타를 치고, 운명의 여신은 아코디언을 직접 연주한다. 화려한 무대 전환이 없어도, 조명과 무대 바닥의 턴테이블을 활용해 지상과 지하세계를 오가며 효율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지하세계가 배경이다 보니 무대가 전체적으로 어둡다. 어둠 속 바닥에 깔리는 자욱한 안개와 천장에 달린 조명, 일꾼 머리에 달린 헤드라이트 등을 통해 지하세계로 가는 여정을 표현했다.
무대 바닥의 턴테이블은 극 전개상 중요한 장치다. 오르페우스는 노래로 하데스를 감복시켜 아내와 함께 지상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얻는다. 단, 지상에 이를 때까지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 아내가 잘 따라오는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아내를 영영 잃게 된다. 오르페우스는 턴테이블을 계속 걸으면서 인간이 어떻게 자기 마음속 의심에 사로잡히는지 보여준다.
주인공 오르페우스 캐스팅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과 어리숙한 소년미까지 보유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과 박강현 배우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캐스팅됐고, 멜로망스 소속 김민석이 이번에 합류해 첫 번째 뮤지컬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배우로는 김민석 외에도 최초의 젠더프리 헤르메스에 최정원, 페르세포네 린아, 하데스 지현준이 있다. 이렇게 새로운 캐스팅을 포함시켜 신선한 매력을 더했다.
2주간 '하데스타운' 흥행에 성공한 부산 드림씨어터가 뮤지컬 시장의 새로운 중심 극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기 뮤지컬 '킹키부츠'(11월 말), '시카고'(12월 중순), '명성황후'(12월 말)도 이 무대를 줄줄이 찾는다.
2019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개관한 드림씨어터 객석 규모는 1727석. 서울을 제외한 지역 최초로 1500석 이상 객석을 갖춘 뮤지컬 전용극장이자 전국 최대 규모다.
뮤지컬에 목말랐던 부산·경남 관객들의 폭발적 수요에 힘입어 2주 이상 지역 장기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 등 대형 작품이 1개월 이상 공연했다. 뮤지컬 수익이 공연 일수에 달려 있다 보니 제작사들이 지역 장기 공연을 반기는 분위기다.
아예 부산에서 먼저 관객을 만나고 서울로 올라오는 뮤지컬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캣츠'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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