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나타나 사망보험금 3억원 달라는 부모”…보험금청구권 신탁으로 분쟁 예방

이달 중순께부터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에 포함하는 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지난 2021년 거제 앞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50대 김씨는 어선이 침몰돼 실종됐다. 김씨 앞으로는 사망보험금 2억3000만원과 합의금 등 3억원에 가까운 보상금이 나왔다. 그러자 고인이 두살 때 집을 나갔던 친모가 54년만에 처음으로 나타나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에 김씨 가족은 보상금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1·2심 패소했다. 재판부가 친모측에 보험금 일부인 1억원을 김씨 가족에게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친모측의 거절로 무산됐다.

이달 중순께부터 보험금청구권을 신탁에 포함하는 법이 개정돼 사망보험금을 둘러싼 분쟁이 줄어들 전망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망보험금에 대한 신탁 도입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피상속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망 보험금을 관리한 뒤 상속인을 지정해 지급할 수 있게 된다. 또 보험사인 신탁사는 사망보험금의 관리·처분도 가능해진다.

업계는 미성년자의 경우 보험금이 유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수익자를 지정해 관리하면 보험금 편취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컨설팅을 통해 보험금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종신보험과 연계하거나 별도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등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순께부터 보험금 청구권을 신탁에 포함하는 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업계는 사망 보험금이 수억원이면 신탁이 필요하겠지만 소액의 경우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신탁 활성화를 위해선 고객이 만족하면서 낼 만한 합당한 수수료 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이에 초창기에는 VIP 고객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신탁 사업이 대규모로 진행되면 수익이 생길 수 있지만 아직은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며 “보험금 지급 가입자의 의사대로 처리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의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험연구원은 급격한 인구 고령화 상황에서 상속재산 규모와 치매 고령자의 증가로 신탁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 지식이 취약한 고령층의 경우 신탁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장이 고정돼 있어 수요자가 한정돼 적극적으로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고령화 상황에서 이런 상품들은 확대될 필요가 있고 수요·공급이 맞춰진다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2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2조793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