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 과학자 또 간첩몰이 대상 될까…미 대선 결과 촉각
미·중 갈등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꼽히는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들이 5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중국계 과학자들을 겨냥한 간첩몰이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실험 경제학자인 옌 천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바란다기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패배를 기원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은 중국계 미국인 학자들에게 좋은 결과일 수 없다”며 “해리스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하지만 그는 절반은 아시아계이고 이민자, 과학자의 자녀였다. 해리스가 아시아계와 아시아계 미국인 학자 커뮤니티에 좀 더 공감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모친인 샤말라 고팔란 해리스 박사는 195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인도 출신의 의학 연구자이다.
필라델피아대의 물리학자 샤오싱 시는 트럼프, 조 바이든 행정부 모두 중국을 미국의 가장 큰 경쟁자로 여긴다며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이나 이니셔티브 재도입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출신 과학자들은 스파이’라는 가정이 변하지 않는 한 이를 되돌리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다시 도입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원은 지난 9월 법무부 산하 ‘중국 공산당 이니셔티브’를 설치해 중국의 학술 분야 스파이 활동을 막는다는 법안을 찬성 237대 반대 180으로 통과시켰다. 찬성 의원 가운데 214명이 공화당, 2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이 법안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만들어졌다가 인종 차별 논란 등으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2월 폐기된 ‘차이나 이니셔티브’ 프로그램과 내용이 판박이다. 현재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상원 다수당도 공화당이 장악하면 프로그램 부활은 시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교수처럼 민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중국을 적대하는 미국 정가 분위기상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결국 부활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중국계 과학자들에게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2018년 이 법안이 시행되면서 수백명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결과와 관계 없이 조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연구자금이 끊겼다. 직장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중국계 연구자·유학생의 비자 발급도 까다로워졌고 이유 없이 비자 갱신이 지연되기도 했다. 차이나 이니셔티브 시행은 중국의 2023년 반간첩법 강화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시민단체 ‘인종, 인종주의 그리고 법’에 따르면 77건의 간첩 사건에 연루된 148명의 용의자 중 130명이 중국계였다. 그러나 기소는 2건이며 3명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마저도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후안밍 미국 테네시대 교수는 중국과 연계된 사실을 숨기고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미국 내에서도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인종주의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아시아계 미국인 학자 포럼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1416명의 중국계 미국인 학자들이 해당 프로그램 이후 미국에서 중국으로 소속을 바꿔 미국에서도 인재 유출 논란이 있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로 조사를 받았던 신경과학자 제인 우 노스웨스턴의대 교수는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과학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 행정부가 중국 과학자를 대상으로 마녀사냥을 일삼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인 과학자 112명이 차이나 이니셔티브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이후에도 연구자금 지원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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