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계열사 대표도 분쟁…주가는 요동
한미약품그룹의 오너 간 경영권 분쟁이 계열사 대표들 간 분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한미약품을 제외한 계열사 대표단이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오너 경영의 폐해가 드러났다며 독단적 지주회사 경영 방식을 견제해야 한다는 반박 성명을 냈다.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간 경영권 분쟁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연합한 모녀 측 편에 섰으나, 다른 계열사 대표들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장악한 형제 측에 서며 대립하는 모습이다. 모녀 측 3자 연합을 공개 지지했던 소액주주는 지지선언을 철회해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알 수 없는 상태다.
4일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이사, 이동환 제이브이엠 대표이사,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사업부문 부사장 등 한미약품그룹 계열사 대표들은 한미그룹 인트라넷에 공동 성명서를 올리고 "대주주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계열사 대표단은 "아무 기여가 없었고 글로벌 제약 바이오 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다"며 "그룹 내의 일부 임직원들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지주회사에 위임해 왔던 업무를 독립시키고 한미약품 내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며 독립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로 인해 내부 분란이 촉발됐고 그룹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다.
계열사 대표단은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 일부 주주와 외부세력의 잘못된 경영 간섭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바로 반박 성명을 냈다. 박 대표는 계열사의 성명 발표도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라며 형제 측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 시도를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박 대표는 "이번 성명 발표에 참여한 계열사 대표 중 지난 3월 당시 경영진을 지지했던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때 부광약품 대표로 내정되기도 했던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의 이름이 성명서에 날인된 것을 보며 독단적 오너 경영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더욱 여실히 느끼게 됐다"며 "박 부사장과 장 대표는 다가오는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새로운 이사진 후보로 지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이해당사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는 더욱 굳건히 나아가야 한다고 확신했다"며 "외부세력 개입 중단을 선언한 만큼 특정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 또는 제3의 기업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오늘 이 시간부로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이어 "지주회사 위법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사이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영권 분쟁 이슈로 10% 급등했던 주가는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걷다 같은 달 24일 20%가량 상승했다. 이후 5만원대까지 뛴 주가는 지난 1일 소액주주연대가 모녀 측 3자 연합을 지지한다고 했다가 경영권 분쟁 이슈가 끝나는 것처럼 비춰져 주가가 약 24% 빠졌다. 이날 현재는 소액주주연대가 공개지지를 철회하자 전 거래일 대비 6.75% 오른 3만8700원을 기록했다.
소액주주들이 공개지지를 뒤집으면서 3자연합 쪽으로 기울었던 승기에 대한 전망이 어렵게 됐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이사 수를 기존 10명(정관상 가능한 최대 이사 수)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개정건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의 이사 선임 건 등 안건이 상정됐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도는 형제 측 5명과 3자연합 측 4명으로 형제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정관을 바꾸려면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3자연합 측 지분은 48.13%, 형제 측 지분은 29.07%로 3자연합 측 지분이 더 높지만 출석주주 수를 예측할 수 없어 승리를 점치긴 어렵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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