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빼빼로 인기에도 웃지 못한 이유
카카오 시세 급등 여파…원산지 다변화
인도·카작·벨기에 인상…내년 10~15%↑
롯데웰푸드의 올해 3분기 수익성이 악화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인상이 수익성에 타격을 준 영향이다. 빼빼로와 초코파이 등의 대표 제품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이 수익성을 악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롯데웰푸드는 수익성 회복 방안으로 해외시장에서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가 발목 잡았다
롯데웰푸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조785억원으로 0.7% 감소했다. 특히 글로벌 사업 매출은 20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9% 줄었다. 롯데웰푸드 측은 "수익성 개선에도 카카오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롯데웰푸드의 수익성이 악화한 것은 카카오 시세가 급등한 탓이다. 카카오는 보통 수확 후 1년 뒤에 사용한다. 지난해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카카오의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카카오 가격은 올해 4월에는 톤당 1만216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평균 카카오 가격은 톤당 3281달러였던 반면 올해(1~9월)엔 톤당 7716달러로 뛰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롯데웰푸드의 카카오 평균 매입 단가는 1㎏당 6151원이었다. 2022년 3711원, 2023년 4228원보다 높아졌다.
문제는 초콜릿이 들어가는 빼빼로, 초코파이 등은 롯데웰푸드의 해외시장 주력 제품들이라는 점이다. 빼빼로는 현재 미국, 동남아, 중동 등 약 5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32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신장했다. 출시 이후 처음으로 수출액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해외서 수익성 챙기기
롯데웰푸드는 카카오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시장에서 카카오가 들어가는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국내에선 이미 지난 6월 초콜릿류 과자 가격을 12% 인상한 바 있다. 인도, 카자흐스탄, 벨기에 등에서는 제품 가격을 5~15% 올렸다.
추가적으로 롯데웰푸드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인도, 카자흐스탄, 벨기에에서 카카오 활용 제품 가격을 10~20% 인상할 계획이다. 인도는 롯데웰푸드의 해외법인 8개 중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지역이다. 롯데웰푸드는 내년에 인도에서 초코파이의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자흐스탄에선 초코파이 러시아 수입과 판매 커버리지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원재료, 성분 대체 등으로 원가를 절감키로 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카카오 시세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된 만큼 원산지 다변화, 제품 믹스, 공급망 관리 등으로 이를 완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그간 주로 가나산 카카오를 사용해왔지만, 남아프리카 대신 베네수엘라 등에서 생산된 보다 저렴한 카카오를 조합해 원가 부담을 낮추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나 초콜릿에는 가나산 카카오를 유지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내년 카카오 시세는 올해보다는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3~4배 이상 높을 전망"이라며 "해외 시장에서 카카오 관련 제품들의 가격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에도 '빼빼로데이'
롯데웰푸드는 국내 '빼빼로 데이' 문화를 해외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인지도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K팝 아티스트인 뉴진스를 글로벌 앰배서더로 기용했다.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빼빼로의 첫 해외 생산 기지를 가동할 예정이다. 첫 생산기지는 롯데 인디아의 하리아나 공장이다. 약 330억원을 투자해 구축했다.
신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해외법인 8개 중 가장 매출 비중이 낮았던 중국법인을 매각하고, 미국 판매법인을 세웠다. 최근 뉴욕 타임스퀘어에는 빼빼로데이를 알리는 대형 옥외광고를 전개하고 나섰다. 올해는 작년보다 규모를 더욱 키워 타임스퀘어 거리 내에서도 현지인 및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위치에서 빼빼로 브랜드와 빼빼로데이를 홍보하고 있다.
해외사업 확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시하는 사안이다. 신 회장과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지난달 롯데웰푸드의 초콜릿 제품 원료를 수입하는 아프리카 가나 협력사에 직접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현지 파트너사와 관계를 다지고, 코코아 원료 공급망 조달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또 지난 9월엔 신 회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원롯데 통합 전략회의'에서 메가 브랜드 1순위로 '빼빼로'를 꼽았다. 현재 2000억원 수준인 빼빼로를 글로벌 매출 1조원 브랜드로 키워보자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글로벌 매출이 전년보다 6~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웰푸드 글로벌 매출은 8005억원 가량이다. 수익성은 외형 성장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개선키로 했다. 올해 국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해외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매출 성장과 원가 절감 노력은 롯데웰푸드의 실적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원재료 가격의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철저한 모니터링과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