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벤츠 몰아내고…중국차, `美 뒷마당` 중남미 장악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뒷마당인 중남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철수한 공장을 인수하며 시장을 장악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BYD를 비롯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중남미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YD는 브라질의 공업도시 카마사리에 있던 미국 포드자동차 공장을 인수했다. 100년 넘게 운영됐던 해당 공장은 지난 2021년 문을 닫았다. 공장 폐쇄로 인해 직원들이 모두 해고되자 현지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지역 보건소와 학교도 문을 닫았으며,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에도 주민들은 건강보험조차 없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지난해 이 공장을 인수해 지역 일대를 BYD의 중남미 허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중남미는 전체 인구가 약 6억5000만명으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 광물인 리튬의 핵심 생산 지역이다. BYD는 멕시코에도 공장을 건설 중이며, 콜롬비아와 칠레 등에는 전기 버스를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2억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해 BYD의 가장 큰 해외 시장이다. 브라질 자동차 수입 제조업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BYD는 브라질에서 약 5만1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8배 넘게 증가했다. BYD의 판매량은 전체 수입차의 약 72% 수준이다.

BYD는 카마사리 공장에 10억달러가량을 투자했다. 내달 가동을 시작해 내년에 15만대를 생산하고 2028년에는 30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생산량의 약 10%는 남미 다른 지역으로 수출할 예정이다.

중국 창청자동차(GMW)도 브라질 상파울루주 이라세마폴리스에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브라질 공장을 인수해 현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32년까지 18억달러를 투입해 이곳을 중남미 지역 허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리카르도 바스토스 창청자동차 브라질 법인 대외협력부장은 "큰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우리가 인수한 이 공장은 벤츠가 내연기관 차량을 만들던 곳으로 이전 직원들은 모두 해고됐다. 이제 새로운 기술로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다시 문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브라질 내에서는 지나친 중국 의존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9년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됐다. 이후 브라질에는 값싼 중국산 제품이 유입되면서 급격한 탈산업화가 이뤄졌으며, 브라질 국내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36%에서 지난해 11%로 감소했다.

브라질 정부는 중국 업체들의 공장 건설이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최근 브라질 산업부는 성명에서 "BYD가 브라질에서 전기 자동차 생산을 위한 투자를 강화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임주희기자 ju2@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