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새도 모르게 압수수색 당한다고요? [김숙정의 권리장전]

김숙정 변호사 2024. 11. 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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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눈에 보이지 않는 압수수색, ‘계좌 추적’과 ‘통신기록 조회’
당사자는 한참 뒤에 인지해

(시사저널=김숙정 변호사)

'압수수색'이라는 단어는 일반인에게 멀게만 느껴집니다. 법 없이도 살 사람, 범죄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뉴스나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참고인'의 지위와 권리 등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피의자만 수사 대상이 되는 건 아닙니다. 피의자와 경제적·업무적으로 얽혀있거나 친분 관계 등에 비추어 봤을 때 그 범행에 일부라도 가담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피의자성 참고인'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또는 범행을 목격했다거나 그 내용을 알고 있을 만한 관계에 있는 '단순 참고인'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수사가 진행됩니다.

2011년 11월 서울경찰청 수사과 담당자가 보이스 피싱 전화에 검찰청, 경찰서 등 공공기관 전화번호가 뜨게 하는 수법으로 금융사기 전화를 한 업체 적발 사실을 밝히며 사기 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누구나 압수수색 당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직접 경험한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은 매우 중요한 증거입니다. 경험한 당사자로부터 사건의 내용을 전해 들은 사람들의 진술도 증거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삼인성호(三人成虎·거짓말도 여럿이서 하면 사실처럼 여겨짐)라는 말처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말을 맞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수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건 현장이 촬영된 CCTV,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잡힌 당사자들의 동선과 행태, 대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 사건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 통화내용이 삭제된 흔적, 설명되지 않는 계좌 거래내역…. 그 외에 사소해 보이는 객관적인 자료 하나만으로 진술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중요한 진술이 확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도, 수사기관은 "수사에 협조해 달라"며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이나 휴대전화의 대화 내용을 보여달라, 제출해달라는 식으로 임의제출을 요청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임의제출을 했는데 그것도 압수라고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영장'에 의한 압수와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로 구분됩니다.

전자의 방식은 지금까지 칼럼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법원에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설득해 영장을 발부받은 뒤, 강제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만약 사전에 영장을 받을 수 없는 긴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압수수색을 했다면 반드시 사후 영장을 통해 그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스스로 자료 제출해도 성립하는 압수수색

그러나 후자의 방식은 영장 없이 진행하는 임의수사입니다. 법원의 통제가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의 의사가 억압되지 않도록, 말 그대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의해 제출된 사건 관련 자료를 증거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때 당사자가 '임의로' '자발적으로' 제출했는지의 여부가 핵심입니다. 그러한 사정은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임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공판 과정에서 위법수집 자료로 증거능력이 배척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절차적 정당성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한편 압수수색 현장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바로 계좌영장(금융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과 통신영장(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허가서)에 의한 압수수색입니다.

이러한 영장은 대상자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집행돼야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통상 금융기관이나 통신사에 압수수색 사실의 통지·통보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따라서 대상자는 한참 후에나 자신의 금융거래 정보나 통신 관련 정보가 수사기관에 의해 수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통신영장을 통해 대상자의 통신 내역을 확보하더라도 수사기관은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통신사로부터 받은 내역에는 통화 날짜, 수·발신 전화번호, 발신 기지국 등의 정보가 담겨 있는데, 전화번호만으로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당연히 모릅니다. 이때 수사기관은 해당 전화번호로 가입한 사람의 이름, 주소, 주민번호 등을 확인할 있는 '통신자료'의 제공을 통신사에 요청하게 됩니다.

"통신정보 제공 사실 통지합니다"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영장 없이 이뤄집니다. 이 과정 역시 대상자는 나중에야 통지를 받아 알게 됩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사건 당일의 통화 단 한 건 만으로도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광범위하게 통신자료를 요청(가입자 조회)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대상자에 대해 여러 사건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면, 통신자료 확인 도중 통화 상대방이 검사나 수사관으로 나타나는 해프닝도 종종 일어납니다.

이러한 해프닝은 변호사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수사가 마무리될 무렵, 변호사들이 자신의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는 사실을 통지받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 통지 내용을 예로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Web발신]

[통신이용자정보 제공받은 사실 통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아래와 같이 귀하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있음을 동법 제83조2에 따라 이를 통지합니다.

○ 조회기관 : 경찰청

○ 문서번호 : 2024-******

○ 조회 주요내용 : 가입자 정보(성명, 전화번호등)

○ 조회 사용목적 : 수사

○ 제공받은 자 : **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 제공을 받은 날짜 : 2024-**-**

○ 문의처 : **-****-****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수사는 훨씬 가까이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순 참고인일지라도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언제든 내가 모르는 사이 금융정보나 통신정보가 제공될 수 있으며, 임의제출을 요청 받을 수도 있습니다.

김숙정 법무법인 LKB 변호사

■ 김숙정 변호사 약력

김숙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검사 출신이다.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처음 검복을 입었다. 이후 국회 보좌관을 거쳐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 몸을 담았다. 2022년 공수처장 1호 표창을 받았고 2023년 공수처 1호 우수검사로 선정됐다. 2023년 말 공수처를 떠나 법무법인 LKB에서 수사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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