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극적이다…미 대선 D-1, 바이든·트럼프·해리스 3개의 순간들
‘슈퍼 선거의 해’ 막바지에 이르렀다. 전세계 76개 나라에서 전국 규모의 선거가 있는 올해, 지구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미국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패권국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미국이 누구를 대통령을 선택할지 세계가 숨죽이고 있다. 여느 정치 드라마보다 역동적이었던 2024년 미국 대선 선거전에서 전세계인이 주목한 3가지 극적 장면을 꼽아봤다.
① 충격을 안겨준 바이든 대 트럼프 TV토론
2022년 11월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다시 대선에 나설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 조 바이든(81)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연임에 나선다고 했다. 각자 당내 경선을 수월하게 통과하고, 형식적 절차와 대통령 선거 후보 수락 연설만을 앞뒀다.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27일(현지시각) 미국 방송 시엔엔(CNN)이 주최한 첫번째 대선 주자 티브이(TV) 토론은 대선 레이스 판을 완전히 뒤엎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거나, 맥락을 벗어난 발언을 했다. 충격적인 장면은 그 어떤 편집도 거치치 않은 채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민주당 ‘후보교체론’이 떠올랐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설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안팎의 여론은 ‘후보 교체’로 몰아쳤다. 7월21일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포기를 선언했고,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60)를 대체 후보로 지지했다. 대선을 넉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② 총격에 피 흘린 트럼프 “싸우자!”
7월13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야외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았다. 총탄이 오른쪽 귀를 스쳐지나 피를 흘리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온몸으로 그를 감싸던 경호원들 틈 사이에서 얼굴을 들고 주먹을 쥔 채 오른팔을 치켜 올렸다. 그리고 “싸우자! 싸우자!”하고 외쳤다. 얼굴에 피를 흘린 채 결연한 표정을 짓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은 전 언론에 도배됐다. 공화당 내부에선 “트럼프는 방금 선거에서 이겼다”(데릭 밴오든 하원의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상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몇시간 만에 퇴원할 정도였다. 7월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엔 귀에 붕대를 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암살 시도에 굴하지 않은 ‘영웅’이 된 그는 15일 오후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지난 9월15일엔 두번째 공격 시도가 있었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근처에서 한 남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을 겨누다 체포됐다.
③ 해리스의 응전 “우리는 뒤로 가지 않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대신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명하고 꼭 한 달 뒤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8월22일 밤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며 미국의 미래, 자유, 민주주의, 중산층 등을 위해 “싸우자”고 했다. 지명도와 영향력 면에서 강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옅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2020년 의사당 난동 사태, 임신중지권 보장 후퇴, 복지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뒤로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2만3천여석 규모의 전당대회장은 지지자들로 꽉 들어찼다. 한 민주당원은 전당대회를 지켜보고 “이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머니 게임’이기도 한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좋은 출발을 보였다. 해리스 선거캠프는 7월21일(바이든 대통령 후보직 사퇴일)부터 8월25일까지 약 한 달 동안 5억4천만달러(약 7177억원)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200만달러가 8월19~22일 민주당 전당대회 때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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