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무너뜨린 AI, 기업들 해외진출 장벽도 낮춰줄 것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4. 11. 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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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레크 쿠틸로프스키 딥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33개 언어특화AI '딥엘' 개발
구글·챗GPT보다 번역 정교해
글로벌기업과 협업에 큰 도움
AI를 위협적 존재로 보기보다
기업 보완할 도구로 인식해야

◆ 세계지식포럼 ◆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야레크 쿠틸로프스키 딥엘 창업자가 'AI번역혁명'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기술 자체를 놓고 이 기술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과 서비스다. 어디에 적용되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레크 쿠틸로프스키 딥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매일경제 주최로 열린 '2024 세계지식포럼'에서 "기술은 그저 기술일 뿐, 실제 우리 삶에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딥엘은 세계 곳곳에 솟아난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는 첨병처럼, 언어 차이로 소통에 문제가 있는 이들의 실질적인 대화에 도움을 주는 매개체"라고 강조했다.

업계를 막론하고 인공지능(AI)을 둘러싼 해법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이 시기에 쿠틸로프스키 창업자는 '기술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그가 AI 기반의 자동 번역 솔루션 '딥엘(DeepL)'을 2017년 세상에 처음 내놓은 것도 인간의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딥엘은 번역 결과가 구글보다 매끄럽고 정교한 것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지원 언어는 총 33개이며, 한국어 번역 서비스가 적용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쿠틸로프스키 창업자는 "폴란드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미국에서 지내는 등 여러 국가를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언어의 장벽을 느끼게 된 것이 딥엘을 만든 계기"라며 "창업 당시 AI가 지금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단지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고품질의 번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마치 사람의 뇌를 본떠 놓은 듯한 '뉴럴 네트워크(인공 신경망)'에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그 결과물로 높은 정확도와 문맥에 맞는 자연스러운 번역이 가능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당시 굉장히 정교한 인공 신경망 구조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것을 몸소 지켜보면서 이를 언어 문제를 풀 실마리로 봤다"면서 "AI라는 기술 자체를 발전시키는 데 주목하기보다는 빠르게 고도화해 나가는 AI를 번역이라는 영역에 대입한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딥엘은 창업 6년 만인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돌파) 반열에 올랐다.

그는 "전 세계 공용어로 영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의외로 많은 기업 단위에서 겪는 최대 문제 중 하나로 언어가 꼽히고 있다"면서 "딥엘은 그러한 언어 소통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으로, 얼마나 실용적인 솔루션을 만드느냐가 우리의 핵심 DNA"라고 설명했다.

딥엘이 올해 6월 기업·기관 전용 AI 번역 솔루션 '딥엘 포 엔터프라이즈'를 내놓은 것도 시장의 높은 수요에서 비롯됐다. 쿠틸로프스키 창업자는 "이제는 한 국가, 한 지역에만 머무르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일례로 미국에서 세일즈를 하면서 한국에서 연구개발을 하는 등 구성원들이 다국적화된 기업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기에 그만큼 서로 다른 언어를 극복하는 것은 현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직원을 고용하거나 본인이 직접 현지 언어를 배우지 않는다면 사업은 진척되기 힘들 것"이라며 "반대로 그렇게 하더라도 수반되는 비용이 많다는 점에서 AI 번역은 더 많은 기업과 개인에게 많은 능력을 더해주고, 자신감을 갖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기술이 사람들의 실생활을 유용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쿠틸로프스키 창업자는 오픈AI의 챗GPT처럼 범용화된 AI 모델과 견줘 딥엘의 경쟁력으로 '언어에 특화된 전문 AI'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가령 GPT는 다양한 일을 해내는 AI 모델이지만, 특정 영역에 맞춰 훈련된 AI와 비교할 때 과연 이보다 더 우수한 품질의 결과물을 내놓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며 "번역에 특화된 모델은 언어 그 자체에 대해 집중적으로 훈련을 했기 때문에 범용 모델이 따라올 수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가령 법률 문서는 용어 사용의 일관성과 법률의 언어적 표현이 정확하게 번역돼야 하는데, 특화된 모델이 아니라면 오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특히 딥엘이 인간 통역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잘못된 견해라고 일축했다.

그는 "AI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고, 그런 관점에서 번역뿐만 아니라 AI는 엔지니어가 담당하던 코딩의 영역도 일부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면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결국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우리 각자의 영역에서 AI로 보완할 수 있는 대목은 무엇인지를 빠르게 파악해 기술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AI 시대를 대비하는 기업에 대한 주문으로 "AI를 모든 상황에 적용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착각해선 안 된다"면서 "일단 각 기업이 갖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정의한 다음 이것을 AI로 개선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투자 대비 수익률을 어느 정도로 얻을지 역시 기업에는 중요한 지점일 것"이라며 "많은 기업이 솔루션 중심의 접근법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AI 기업에 5년 후는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딥엘이 지금까지 보여온 7년의 여정보다도 더 빠르게 정확도를 높여나가고 있고,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는 구두로 하는 대화에서도 AI를 통해 동시 통역이 가능한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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