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후폭풍 맞은 미래에셋·KB증권…금융당국이 보는 혐의점은
금감원, 31일 미래에셋 이어 4일 KB증권도 검사
부정거래 방조 확인시 불건전영업행위 위반
당국, 이해충돌 방지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주관한 미래에셋증권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당국이 살펴보는 미래에셋증권의 혐의점은 불건전영업행위와 함께 이해상충 방지 의무 소홀이다. 당국은 또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온라인청약, 유상증자 모집주선을 공동 수행한 KB증권에 대한 검사에도 착수했다.
공개매수 기간, 유상증자 미리 알았나 몰랐나
금감원은 지난달 31일부터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당국이 들여다보는 부분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취급과 일반공모 유상증자 모집주선을 동시에 맡은 미래에셋증권이 사전에 유상증자 진행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다.
미래에셋증권 IB2본부 IB1팀은 지난달 14일부터 29일까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를 주관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실사에 돌입한 기간이 공개매수 정정 신고서가 나온 지 고작 사흘 뒤였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10월 11일 공개매수 관련 마지막 정정신고서를 통해 공개매수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한다고 공시한 바있다. 고려아연은 당시 정정신고서에서 "회사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다. 당시 공개매수의 사무취급 업무를 담당했던 미래에셋증권의 담당부서는 일반공모 유상증자 모집주선 업무를 진행하는 곳과 동일하다.
이러한 정황을 미루어봤을 때 당국은 고려아연과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 계획을 알고도 공개매수 정정신고서에 해당 사실을 누락한 것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부문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장래계획 등에 있어서 (공개매수) 신고서에 재무구조계획이 전혀 없다고 한 것이 확인된다"며 "그런 부분을 증권사에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4일 오전 KB증권에 대한 현장검사도 시작했다.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때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담당했고, 일반공모 유상증자 관련 공동 모집주선을 담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KB증권이 시차를 두고 (공개매수에) 뒤늦게 합류했는데, 이 배경을 소상히 파악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당국, '불건전 영업행위' '이해충돌' 혐의 적용 검토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이미 공개매수 진행 당시부터 유상증자 계획을 확정한 것이 확인되면, 당국은 고려아연에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법 178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부정한 수단이나 풍문, 위계(거짓된 계획)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만일 고려아연에 부정거래 혐의가 성립한다면 미래에셋증권에도 불건전영업행위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있다. 자본시장법 71조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고객이 178조(부정거래)를 위반해 거래하려 할 때 그 거래를 위탁 받아서는 안된다.
함용일 부원장은 브리핑에서 "미래에셋증권은 두 가지 임무(공개매수 사무취급과 유상증자 모집주선)를 다 하는 입장이었다"며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으로 민사적인 책임은 없거나 덜하겠으나, (고려아연에) '위계 등을 활용한 부정거래'가 성립한다면 (증권사는) 불법 행위를 알고도 그것을 행하게 하는 등 불건전영업행위를 못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KB증권 역시 미래에셋증권과 마찬가지로 공개매수 사무취급 및 유상증자 모집주선회사로 이름 올린 만큼 부정거래 방조 및 불건전 영업행위 의혹을 피해가긴 어려워보인다.
이해상충 방지의무 위반도 당국이 들여다보는 지점이다. 자본시장법 44조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자간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을 파악, 평가해야 한다. 만일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면 그 사실을 미리 해당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당국이 이해상충 방지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공개매수 진행 당시 유상증자 계획 자체가 주주들에게 중요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는 신주를 추가로 상장해 주식시장으로부터 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면 상장주식수가 늘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증자의 목적이나 신주발행가격에 따라 주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증자 목적이 신사업 투자라면 유상증자 자체는 호재가 될 수 있는 반면 자본잠식 우려 탈피나 대출 상환이 목적이라면 호재로 보긴 어렵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대부분 자금을 금융기관에 빌린 돈을 상환하는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입을 위해 2조3000억원을 은행·증권사 등에서 차입으로 조달했다. 신주발행가액(예정가격)도 공개매수가(89만원)를 크게 밑도는 67만원으로 결정했다. 유상증자 발표가 나오자마자 고려아연의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했다. 공개매수 이후 MBK파트너스-영풍과 최윤범 회장 측의 장내매수 지분 경쟁을 예상하던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상증자 진행 사실을 알았다면 공개매수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사실을 감추고 한 가지 사실만 얘기했다면 문제가 된다"며 "고객 간 거래에서 누구에겐 유리하고 누구에겐 불리한 행위를 해 이해충돌이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실사…실사 기간 둘러싼 진실 공방
다만 금감원이 이러한 혐의를 확정짓기 위해선 고려아연 이사회가 공개매수 종료 전 유상증자를 하기로 확정했고, 미래에셋증권이 이 계획을 공유받았다는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따라서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 수립부터 실사 등 일정 전반을 세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첨부된 기업실사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실사기간은 공개매수 종료 전인 10월14일부터 10월29일까지다.
이에 고려아연은 23일 공개매수 종료 이후 유상증자를 검토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기간 차입금 처리와 관련해 증권사와 회사채, 기업어음(CP) 등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며 "회사채 발행 등 부채조달 실사결과를 유상증자 실사에도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10월 14일부터 실사를 한 것으로 신고서에 착오 기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한 배경에 대해선 '갑작스레 유동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지난달 11일 공개매수 신고서에서는 "공개매수 이후에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없다"고 기재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이와관련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실사 기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통상 회사가 증권 인수, 모집, 사모를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더라도 별도의 계약서를 쓰지않고 구두로 통보한다. 때문에 이후 진행하는 기업실사의 정의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실사기간을 언제부터로 책정할지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실사를 10월14일부터 들어갔다고 한 것 자체가 자충수"라며 "(14일부터라면) 마스터플랜을 짜놓고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유상증자를 하기로 미리 정해놨다면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공개매수 신고서 장래계획 등에 이를 써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총액인수방식이 아니고 모집주선 즉, 창구 역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사기간을 길게 두지 않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만일 증권사가 총액인수 방식으로 모집을 했다면 실사기간만 2~3주를 잡고 진행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단순히 투자자들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신고서 관련 책임소재가 (총액인수에 비해) 약하다"고 전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오스코텍 주주들 뿔났다…자회사 상장 소식에 '화들짝'
- 서울 철도 모두 지하화…'신도림·성수' 우리는요?
- 백종원 더본코리아 공모주 청약…증거금 12조원 몰렸다
- 가상자산 편법 상속·증여 "꼼짝마"…개인지갑 신고 의무화
- [공모주달력]더본코리아 상장‧HD현대마린 락업 대거 해제
- [이재용 취임 2년]②활력 '0' 조직문화…예정된 '칼바람'
- 'PF 채권' 판매로 제재받은 한투증권, 이유 살펴보니
- [단독]집값 떨어졌다던 중개사협회, 2개월 만에 동향 발표 보류
- [인사]신세계그룹 임원 승진
- 밥캣 꺾이니 '휘청'…두산에너빌, 영업익 63%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