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팜이 띄운 'BBB 셔틀' 가치에 에이비엘바이오 미소

정기종 기자 2024. 11. 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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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BBB 셔틀 적용 신약 우호적 임상 결과…애브비, 2조 규모 관련 기술 보유사 인수
에이비엘바이오, 사노피에 1.3조 규모 ABL301 수출…내년 2상 진입 따른 가치 제고 기대


글로벌 대형사 중심의 뇌혈액관문(BBB) 셔틀 기술 부각에 국내 대표사인 에이비엘바이오의 가치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미 대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수출 성과와 독자 플랫폼을 통한 경쟁력이 부각되면서다. 특히 앞서 수출 한 물질의 차기 임상이 가시권에 접어든 만큼, 업계 안팎의 주목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글로벌 알츠하이머학회(CTAD)를 통해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트론티네맙'의 임상 1b·2상 결과를 업데이트했다. 앞서 개발에 실패했던 물질에 BBB 셔틀을 적용해 재도전 중인 물질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로슈는 이번 학회를 통해 트론티네맙의 알츠하이머병 주요 원인인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해당 결과에 로슈 물질은 물론 BBB 셔틀 기술 자체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트론티네맙이 앞서 로슈가 임상 3상에서 실패했던 간테네루맙에 자체 BBB 셔틀 플랫폼을 적용한 신약 후보기 때문이다.

뇌혈액관문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핵심이 되는 변수다. 질환 정복을 위해 효율적으로 약물을 뇌내 전달해야하는데 이를 독소로 인식한 뇌혈액관문이 방어벽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는 그 약효와 함께 얼마나 효율적으로 뇌혈액관문을 통과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앞서 허가 수준의 임상적 효능 입증에 실패한 물질에 플랫폼만 적용해 다른 결과를 도출한 이번 로슈의 발표는 퇴행성 뇌질환 영역에서 BBB 셔틀의 가치를 극명히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지난달 29일 또 다른 글로벌 대형 제약사 애브비가 BBB 셔틀 특화 기술을 보유한 알리아다테라퓨틱스를 14억달러(약 1조9200억원)에 인수한 점이 맞물리며 그 가치가 재조명 받는 중이다.

국내사 가운데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은 에이비엘바이오다. 이중항체 전문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는 각각 특화된 이중항체를 활용해 △그랩바디-T(항암제)와 △그랩바디-B(중추신경계) △그랩바디-Y(면역질환) 등의 독자 플랫폼을 앞세워 국내 이중항체 전문 개발사 중 가장 많은 글로벌 임상 파이프라인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그랩바디-B의 경우 현재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은 1종에 불과하지만, 회사에 기술 강소기업 이미지를 안겼다는데 의미가 있다. 지난 2022년 1월 사노피에 1조3000억원 규모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 'ABL301'을 기술수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회사 첫 글로벌 대형 기술수출은 물론, 줄곧 유력 차기 기술수출 후보로 지목받는 배경으로 작용 중이다.

현재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 주도로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년 상반기 최종결과보고서(CSR) 수령이 예상된다. 계약에 따라 임상 2상부터는 사노피가 개발을 진행하며,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에 따른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하게 된다. 지난달 말 이를 위한 제조 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관련 마일스톤 약 70억원도 수령하게 됐다.

활용 항체의 희소성 역시 ABL301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ALB301은 같은 항체를 활용한 로슈, 애브비와 달리 독자적인 IGF1R 항체를 기반으로 한다. 현재 전세계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중 유일한 입지로 개발 성공시 계열 내 최초신약(first-in-class) 지위를 노릴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경쟁사 항체들은 전달력이 우수하지만 뇌의 안과 밖 양방향으로 발현되는 특성에 투과 후 다시 빠져나오는 손실률도 적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며 "IGF1R의 경우 들어가는 방향으로 발현되는데 특화됐다는 점에서 높은 투과율은 물론 적은 손실률이 ABL301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주목도 상승과 차기 임상 단계 진입은 후속 그랩바디-B 파이프라인 등장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현재 ABL-301 외 항제발굴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타깃 파이프라인 1종 정도만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상태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파이프라인들의 개발 역시 다수 진행 중인 만큼, 후발 주자 합류 속도와 또 다른 기술수출 성사 시점 역시 역시 빨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개척 분야인 파킨슨 치료제의 계열 내 최초신약으로 개발 중인 ALB301은 CNS(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에 이중항체 적용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플랫폼 확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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