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이 이토록 매력적이라니...서동재 만나 펄펄 난다('좋거나 나쁜 동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야 누가 더 개차반이야? 나야, 남완성이야?" 서동재(이준혁)가 동료 검사인 조병건(현봉식)에게 묻는다. 그러자 조병건은 '머리카락 차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서동재가 노려보자, 조병건이 눈치 보듯 슬쩍 말을 바꾼다. "좀 더 윗길.... 확실히 윗길." 서동재보다 남완성(박성웅)이 더 나쁜 놈이라는 이야기다. 그러자 서동재가 말한다. "그래 나도 내가 엉망인 거 아는데 그 새끼는 더 엉망이라 잡아야겠어."
자기도 나쁜 놈이지만 남완성은 더 나쁜 놈이라 꼭 잡겠다는 검사. 이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 주인공 서동재는 결코 선한 인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스핀오프인 이 작품의 원작인 <비밀의 숲>에서 서동재는 이른바 '스폰 검사'였다. 뇌물을 받았다. 물론 그건 과거 일이고 서동재는 그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욕망보다 대의를 추구하는 <비밀의 숲>의 황시목(조승우) 같은 대쪽 검사하고는 결이 다르다.
그래서 첫 장면부터 승진에 누락되는 서동재의 절망하는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성공에 목말라하는 인간인가를 드러낸다. 그런데 꿩 잡는 게 매라고 본인이 긴급한 상황에 몰리자 그의 검사로서의 본능이 튀어나온다. 과거 술자리에서 토지문서를 건네줬던 이홍건설 대표 남완성의 등장이 그것이다. 그 자리에 하필이면 재개발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수십 배로 뛰게 될 상황에 남완성은 이 과오를 빌미로 서동재를 압박하고 이용해먹으려 한다. 게다가 서동재의 상사인 전미란(이항나) 부장검사 역시 남완성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서동재는 남완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하면서도 동시에 윗 상사인 전미란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이 된다. 남완성의 목적은 결국 건설회사 대표가 등장하는 스릴러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재개발이다. 어떻게든 부지를 확보하고 정관계는 물론이고 검사들까지 로비해 개발을 하려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갖가지 비리와 범죄들이 저질러진다. 서동재는 쉽게 남완성에게 당하려 하지 않고 그래서 그의 비리(나아가 그의 아들이 연루된 마약사건까지 터진다)를 파헤쳐 그걸로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고 승진도 하려 한다.
<좋거나 나쁜 동재>의 서동재가 매력적인 건, 단순한 선악구도로 나뉜 인물을 편향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일반적인 서민들이 갖는 그런 욕망을 가진 존재로 그림으로써 시시각각 입체적인 얼굴들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서동재 역할을 연기하는 이준혁의 매력이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잘 드러난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지고, 무엇보다 우리 같은 서민들이 봐도 공감이 가는 선택과 행보들을 보여줘서다.
그리고 이건 서동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남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악'으로서의 나쁜 놈 캐릭터지만, 검사 조직 안에서 서동재와 경쟁구도를 가진 조병건이나 남완성과도 결탁된 걸로 보이는 전미란 부장검사, 또 조직 내에서 존재감을 숨기고 있지만 분명한 한 방이 있는 김지희(정운선) 검사는 물론이고, 남완성의 변호사이자 하수인 역할을 하는 주정기(정희태)까지 선악으로만 구분되는 그런 단순한 캐릭터들이 아니다.
조병건은 서동재와 경쟁하며 매번 부딪치지만,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해야 하거나 더 나쁜 놈 남완성을 잡아야 한다는 검사의 본분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대세로 떠오른 조역이지만 현봉식이라는 배우가 더더욱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또한 남완성과 연루된 면이 있지만, 동시에 조직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언제든 나쁜 놈은 쳐내려는 모습을 보이는 전미란 역할의 이항나나, 평범한 듯 보이다가 이제 서동재의 남완성 때려잡기에 한 팔로 나서는 김지희 검사 역할의 정운선도 새롭게 보인다.
나쁜 놈 남완성을 찰떡 같인 소화해 작품이 동력을 잃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는 박성웅의 연기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고, 그의 변호사로서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나쁜 짓을 대신하고 있지만 보지 않는 곳에서는 투덜투덜대는 주정기 역할의 정희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토록 많은 캐릭터들이 저마다 개성적인 모습으로 그 매력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걸까. 그건 인물을 단순하게 그리지 않는 작가들의 입체적인 관점이 만들어낸 결과다.
<좋거나 나쁜 동재>의 이런 입체적인 인물들이 부딪치며 만들어가는 서사는 두 가지 관점에서 성취를 갖는다. 그 하나는 단순 선악 구도로 그간 그려져온 범죄 스릴러가 갖는 한계를 뛰어 넘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인물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어디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서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배우들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해주는 생생함을 캐릭터에 부여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취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차승원·유해진 9년 만에 역학관계 삐걱, ‘삼시세끼’의 안타까운 변신 - 엔터미디어
-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잊혀진 계절’ 가수 이용의 만행을 - 엔터미디어
- 시청자들 마음이 오경화라는 배우에게 스며드는 이유 - 엔터미디어
- “곧, 세상이 멸망할 거예요”...부활한 ‘지옥2’, 더 흥미롭고 깊어진 세계관 - 엔터미디어
- 차승원·유해진의 소박한 밥상에서 느껴지는 경건함의 실체(‘삼시세끼’) - 엔터미디어
- 무턱대고 불나방처럼 유튜브에 뛰어든 연예인들에게 고함 - 엔터미디어
- “누구라도 상관없어...” 신혜선 상처를 치유시킨 강훈의 고백(‘나의 해리에게’) - 엔터미디
- “그런 꿈이 있다는 것도 다 니 복이다”...드라마 수놓는 진취적 여성들 - 엔터미디어
- 한석규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건(‘이친자’) - 엔터미디어
- 명불허전 김태리의 아우라, ‘정년이’에 흠뻑 빠져드는 이유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