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 표심 노리는 트럼프, ‘마초 이미지’ 과시 전략 통할까

최혜린 기자 2024. 11. 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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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의 멀렛 아레나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동안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불과 이틀 남겨둔 3일(현지시간)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막판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불만이 많은 젊은 남성들의 표를 얻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들 유권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계 흑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백인 남성’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이번 대선은 유권자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확연히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날 발표된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남성들 사이에서 18%포인트 더 높았고,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16%포인트 더 높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정치 참여도가 낮은 젊은 남성 유권자 표심을 노리고 있다. 지난 9월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IOP)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 투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18~29세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해리스 부통령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이들을 최대한 많이 투표소로 향하게 할수록 선거에도 유리하다는 게 트럼프 측 셈법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템피의 멀렛 아레나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칠고 폭력적인 말을 수시로 내뱉는 등 ‘마초 이미지’를 내세우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뉴저지에서 이종격투기(UFC) 경기를 관람했고, 지난달에는 젊은 남성 청취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3시간 동안 대담했다.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는 취재진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손가락질하며 “누군가가 나를 쏘려면 이들(기자)을 관통해야 할 텐데,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략하는 젊은 남성 유권자들이 투표에 유독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젊은 남성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낮은 인구집단”이라며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정치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투표에 참여한 18~24세 남성은 약 660만 명으로, 전체 투표 참여 인원(약 1억5843만명)의 약 4%에 불과하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여성 지지자들만 이탈하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27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유세에는 프로레슬러 출신 헐크 호건과 UFC 대표 다나 화이트 등이 참석해 상의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며 ‘마초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렸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전략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WSJ는 전했다.

존 델라 볼프 IOP 여론조사 국장은 “현재 젊은 남성들은 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의적”이라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지지층을 크게 확장한 경험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이런 전략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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