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가족 곁에서 사흘 견뎠다… 홍수난 지하차도서 기적 생환

스페인 침수 지역 시민보호대, 생존 사례 공개

소방관들이 1일(현지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의 알파파르에서 폭우로 인해 터널에 좌초된 차량 안에서 피해자를 수색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통신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에서 폭우로 침수된 지하차도에 갇혔던 여성이 사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여성은 베네투세르 지역 침수 현장에서 가족의 시신 옆에서 구조대원에게 발견됐다.

2일(현지시각)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침수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한 몬카다 시민보호대가 “침수된 지하도에 있던 차량에서 사흘 만에 생존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구조대원들은 지난 1일 침수된 지하차도에 버려진 차량들 내부를 점검하던 중, 차량 더미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비명소리를 듣고 이 여성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지난달 29일 폭우로 차량이 침수되면서 고립돼 3일간 갇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발견된 차량 위에는 다른 차들이 켜켜이 쌓여있었으며, 그는 사망한 가족 옆에서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당시 구조대원들은 몇시간에 걸쳐 차량과 잔햇더미를 치운 뒤에야 여성을 구조할 수 있었다. 이 여성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관, 구조대원 등은 베네투세르와 알파파르 시 사이에 있는 이 지하터널에 갇힌 차량에 생존자가 있는지 수색해왔다. 지하터널 깊숙한 곳에 갇힌 차량과 운전자들은 기록적인 호우로 홍수가 발생해 터널 통행이 막힌 당시 이미 터널 안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하고 약 3000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이번 폭우로 발렌시아 지역에서만 2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수천 명의 부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스페인 정부가 구호 활동을 위해 군인 5000명과 경찰 5000명을 추가 투입하면서, 군인 7500명과 경찰 9000여 명이 고립된 차량과 건물을 수색하며 추가 생존자 발견에 힘쓰고 있다. 또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발렌시아와 인근 도시의 진흙 제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도 나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진흙에 묻힌 마을과 실종된 친척을 찾는 절박한 주민들이 있다. 현재는 고립된 주민 구조와 지역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앙정부는 지원 요청 시 추가 자원을 즉시 투입할 것”이라며 “이념적, 지역적 차이를 넘어 재난 대응에 단결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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