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흑자'로 가능성 증명한 SK온…"지속적 흑자구조 달성 목표"
SK온이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의 실적이 편입되기 직전 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배터리 사업 본연의 가능성을 인증했다. 남은 숙제는 일회성 이익 없이도 '지속가능한 흑자'를 증명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4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독립법인 출범 후 12분기만에 흑자다. 매출액은 전년(3조1727억원)비 반토막 난 1조4308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률 2%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이 이뤄졌다. 김경훈 SK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메탈가격 하락에 따라 판가가 떨어지며 매출이 줄어들었다"면서도 "고단가 배터리 재고소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램프업(생산량 확대) 비용 감소, 고객사 정산활동 등에 힘입어 흑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SK온의 질적 업그레이드 노력이 결실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 2분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헝가리 이반차공장(30GWh)의 가동률과 수율이 3분기들어 안정화되기 시작한 게 이익률을 높인 요인이었다. 전사적 원가 절감 활동을 통해서도 6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창출했다. SK그룹에서 힘을 주고 있는 OI(운영개선)가 효과를 거둔 것이다.
김 CFO가 언급한 '고객사 정산활동'에 해당하는 일회성 이익의 역할도 컸다. SK온은 약 2127억원의 '기타 이익'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일부 고객사로부터 받은 최소물량 미달 관련 보상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계획대로 이행 안 된 것에 대한 정산을 받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1차적 약속은 지킨 모양새가 됐다. SK온은 당초 올 하반기 첫 분기 흑자를 바탕으로 BEP(손익분기점)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다. SK이노베이션의 알짜 자회사인 SKTI를 합병하기 전 마지막 실적발표에서 흑자를 보인 것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리밸런싱의 효과가 아닌, SK온 자체적 사업과 수익성 개선 노력을 바탕으로 흑자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SK온과 SKTI의 합병은 지난 1일 마무리됐기에, 4분기부터 통합 실적이 적용된다.
지속적인 흑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SK온은 2026년 말 IPO(기업공개)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2025년 연간 흑자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 리밸런싱을 통해 SKTI 뿐만 아니라 SK엔텀(내년 2월)까지 품을 예정이라서, SK온을 위한 판은 확실하게 깔렸다. 북미 등 대규모 투자계획도 올해 대부분 실시됐기에 내년부터는 CAPEX(설비투자) 규모 역시 대폭 줄며 재무 부담이 완화된다.
결국 본연의 배터리 사업을 통해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어야 한다. SK온은 3분기에 고객사의 차량 리콜 등 악재가 발생했던 것 등을 고려할 때 4분기 배터리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608억원에 그쳤던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 혜택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는 북미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 현대차 JV(합작사)가 모두 돌아갈 예정이다.
SK온 관계자는 "3분기 흑자는 원가절감과 OI 극대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며 "지속적인 흑자 구조 달성을 위한 체력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흑자에도 불구하고 적자전환(-4233억원)했다. 유가와 정제마진이 급락하며 석유사업에서 영업손실 6166억원을 기록한 게 결정적이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 주요 화학제품의 스프레드 축소 등 영향을 받았다"며 "4분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완화 기대감으로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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