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드론·방탄유리까지…미 대선 앞두고 ‘철통 보안’ 태세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폭력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당국은 저격수와 무인기(드론)를 배치하는 등 ‘철통 보안’에 들어갔다. 2020년 대선 직후 벌어진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보호 조치를 이례적인 수준으로 강화하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선거관리 당국은 불안해하는 유권자를 안심시키고자 선거 당일은 물론이고 그 이후의 폭력이나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전례 없는 보안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바다와 워싱턴에선 주 방위군을 가동했으며, 애리조나의 마리코파 카운티에는 선거 기간 동안 24시간 투표소를 감시하기 위해 최대 2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0년 대선 이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마리코파 카운티에 포함된 피닉스 도심의 개표소는 감시용 드론까지 띄워 요새처럼 보호되고 있다.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살피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니터링에 나섰다.
다른 주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 전역 수백 개의 선거관리 사무소에는 방탄유리와 강철 문, 감시 장비 등이 등장했다. 투표소별 책임자에겐 긴급호출 버튼이 달린 목걸이가 배포됐다. 일부 카운티는 의심스러운 소포가 배달될 가능성에 대비해 방호복과 응급처치 약물까지 준비했다. 조지아는 주 의사당 주변에 보안 펜스를 설치했고, 애리조나의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책임자인 주 국무장관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방탄조끼를 착용했다고 WP는 전했다.
연방 정부들이 이처럼 철저한 보안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2020년 대선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한 데서 비롯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의 악몽이 깔려있다. 올해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마리코파 카운티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의 지지자들과 개표 중단을 시도했던 대표적 지역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불복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과 오리건에선 투표함이 불에 타는 사건이 벌어졌고, 샌안토니오에선 유권자에게 트럼프 캠프의 선거 구호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벗으라고 요구한 선거관리요원이 폭행당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들은 단편적인 양상이지만 선거 이후 확실한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채 투표 집계 과정이 길어질수록 급진화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력적으로 반응할 위험이 더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유력’ 예측이 발표되기까지 닷새가 걸렸는데, 더 박빙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이번 대선은 그보다 오래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다수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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