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략이 더 통할까…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기차 캐즘 돌파’ 목표는 같아도 방법은 제각각

권재현 기자 2024. 11. 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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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회현동에 지난 9월 12일 문을 연 신개념 공공 전기차 충전소 ‘BMW 차징 허브 라운지’ 모습. BMW그룹코리아 제공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전략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보수적인 접근을 통한 전동화 속도 조절부터 위기를 기회로 보고 신흥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국가별, 업체별로 저마다 다른 모습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4일 펴낸 ‘배터리 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 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으나, 성장률은 2022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이유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은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5%로 초고속 성장을 해왔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7%로 낮아지는 등 성장이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다만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 주요국이 탄소 저감 정책을 펴고 있는 데다 글로벌 완성차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공장 신설과 연구·개발(R&D) 확대 등에 나서고 있어 전기차 판매량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 규모를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기조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개최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전기차 200만대’라는 장기적 판매 목표를 재확인했다.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완성차 기업들도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출 공세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수출 대수가 2020년 19만대에서 지난해 158만대로 크게 늘며 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이 관세 장벽을 쌓으며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전동화 전환에 미온적이던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도요타는 미국 인디애나·켄터키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총 27억달러(약 3조7000억원)의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고,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110억달러(약 15조2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테슬라도 가파른 전기차 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 계획을 짜고 있다.

반면 내수 의존도가 높은 GM과 포드 등 미국 레거시 완성차 기업들은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대형 차종을 중심으로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 감소와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대응 차원에서 중국 시장 내 투자를 확대하거나 중국 외 시장에서의 전기차 생태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기차 일부 모델의 출시를 연기하거나 전동화 달성 목표를 재조정하는 양상이다.

이지형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완성차 기업별로 각기 다른 전기차 전환 접근 전략이 향후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고,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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