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스라엘군의 인간 방패였다” 가자 주민들 잇단 증언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전쟁에서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언이 또 나왔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을 인간 방패로 이용한다는 폭로는 이전에 나온 적이 있으며 전쟁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3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다가 인간방패 역할을 강요받았던 주민 네 명을 만나 이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모하메드 사드(20)는 지난 7월 말과 8월 초 사이에 가자에서 다른 주민 두 명과 함께 이스라엘군에 앞서 먼저 건물에 들어갈 것을 강요당했다. 이스라엘군은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그와 다른 주민들을 먼저 들여보내 안전한지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사드의 진술은 구체적이며, 다른 주민 네 명의 진술이나 가자 전투에 참전했던 이스라엘 예비군의 증언과 일치한다. 신문은 이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따로 만나 그들의 경험을 들었다. 이스라엘 시민단체 ‘침묵을 깬다’의 대표 조엘 카멜은 “이런 일은 여기저기서 그냥 일어난 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전쟁 기간 내내 대규모로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가자 전쟁 초기부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인간 방패로 활용된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혀 왔다.
사드가 이스라엘군에 붙잡힌 건 지난 6월 남부 가자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 근처에서 국제단체의 구호물자를 지키는 경호원으로 일할 때였다. 그는 “어느 날 이스라엘군 지프 5대가 우리를 둘러싼 뒤 우리 손을 묶고 눈을 가렸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며칠 동안 심문을 받은 뒤 주변 이스라엘군 주둔지로 끌려갔다. 그곳 이스라엘군 장병은 그에게 “우리를 위해 해줄 일이 있다. 우리가 집이나 건물에 들어갈 때 당신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그는 이스라엘 군복으로 갈아입고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병사들에 앞서 건물에 들어가 구석구석 촬영했다. 바깥에 있던 병사는 전송받은 화면을 보면서 이어폰으로 “이쪽으로 가봐라, 저쪽으로 가봐라, 카메라를 여기 비춰라, 저기 비춰라”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군 지휘관은 그렇게 해서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그를 나오도록 한 뒤 병사들을 들여보냈다.
이스라엘군은 아침마다 그의 눈을 가리고 손을 묶은 뒤 다음 장소로 데려가 거듭 같은 일을 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건물을 먼저 들어가 안전을 확인하고 나온 뒤 건물 안에서 뭔가 ‘꽝’ 하고 터졌다. 병사들은 그가 일부러 폭발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그들이 내 손을 묶고 돌아가며 마구 때렸다”고 말했다.
열닷새째 되는 날 그는 민간인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걸어나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걸어 가다 곧바로 등에 통증을 느끼고 쓰러졌다. 구급차에서 깨어난 그는 국경검문소 건너 이스라엘 베르셰바의 소로카 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는 “가자를 벗어나 본 건 그때가 처음”이라며 “누가 날 쐈고, 누가 날 살렸는지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시민단체 ‘침묵을 깬다’의 주선으로 만난 이스라엘 예비군도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썼던 경험을 증언했다. 그는 20대 남자로 북부 가자에서 전투에 참전했다. 그는 어느 날 지휘관이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팔레스타인 주민 두 명을 데려왔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는 “한 명은 10대였고, 다른 한 명은 20대로 보였다”며 “지휘관에게 ‘이들이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휘관이 “팔레스타인 주민이 혹시 모를 부비트랩에 걸려 죽는다면 더 좋은 일”이라며 “이스라엘 병사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대꾸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 군당국은 이런 일과 관련해 질문을 받았을 때 사건 하나 하나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만 뭉뚱그려서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군사 작전에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건 군령으로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기본 입장을 밝혔다. 또 이스라엘군은 “이런 명령과 지시는 지상군에 규칙적으로 강조되고 명확하게 전달된다”며 “이스라엘군은 국제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윤 대통령,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 사과·국정기조 전환 귀닫은 채… 4대 개혁 완수만 외친 ‘윤 마이웨이’
- 해리스, 경합주 4곳 근소 우위…‘트럼프 텃밭’서도 유의미한 상승세
- 엄마, 삭발하고 구치소 간다…“26년 소송에 양육비 270만원뿐”
- 공멸 위기감 속 윤에 “대국민 사과” 직격탄 쏜 한동훈…특검은 침묵
- 윤석열 제 발등 찍은 MB 판례…‘당선자는 공무원 될 지위’ 인정
- 검찰, ‘6명 사망’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 책임자에 중형 구형
- 엄마, 삭발하고 구치소 간다…“26년 소송에 양육비 270만원뿐”
- 성심당, 대전 7천평 땅에 토종밀 ‘황금알’ 심었다
- 야생 보냈더니 ‘꼬리 반’ 잃고 집 찾아온 다람쥐…강제 안락사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