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통 제약 강국 스위스, IT 혁신의 한국…뇌 질환 극복에 손 잡자”
스위스 R&D 인프라, 한국 전자 기술 융합
디지털 헬스케어서 혁신 이뤄내야
한국과 스위스 과학자들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의논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연구에서 양국의 강점을 살리는 협력을 모색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제약 강국이다. 한국은 디지털, 전자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인 제약산업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아자드 보니 스위스 로슈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제11회 한-스위스 생명과학 심포지엄’에서 “로슈의 신약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과제) 중 절반 이상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며 “한국은 과학기술의 혁신이 일어나는 지역으로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스위스 생명과학 심포지엄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스위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스위스넥스(Swissnex)가 공동 주관하는 국제학술행사다. 2014년 제1회 심포지엄을 개최한 이후로 한국과 스위스를 오가며 양국 연구자들의 최신 연구 성과와 함께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올해 행사는 ‘보건의료 분야의 정밀의료, AI 및 신경과학’을 주제로 양국의 협력 방안을 의논했다.
보니 로슈 수석부사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스타트업 사이의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새로운 발견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제약사는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는 단순히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R&D)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 스위스 연구자들은 양국의 협력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통적인 의약품 대신 디지털 장치를 이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기술을 말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거지를 둔 비스(Wyss)센터에서 근무하는 이규화 뉴로AI 그룹리더는 “한국은 전자공학 분야에서 엄청난 강점을 갖고 있는 나라”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뇌질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장치 개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센터는 글로벌 비영리 연구재단인 비스재단이 설립했다. 주로 신경과학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연구한다. 비스재단은 제네바 비스센터와 함께 비스 취리히, 미 하버드대 비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그룹리더는 “스위스의 개방적인 연구 환경과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계가 이뤄낸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가 의료 현장에 적용되려면 다학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 대표로 참석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뉴로핏은 로슈 진단의 협력 파트너로 선정돼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빈준길 뉴로핏 최고경영자(CEO)는 “뉴로핏은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을 모두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최초로 받았다”며 “치매 조기 진단의 정확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연구자가 혁신적인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면, 스위스는 국제 네트워크와 연구 인프라(기반 시설)를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다. 마이클 크라트해머 취리히대 교수는 “우리 대학은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용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며 “AI 기술은 의료 인력 부족과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블랑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교수도 “우리는 파킨슨병 환자가 겪는 환각 증상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파킨슨병 환자가 겪는 증상을 초기 단계에서 진단하고,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단은 이날 행사에 앞서 취리히, 로잔을 돌며 세미나를 열고 양국의 최신 연구 성과도 공유했다. 스위스는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하는 글로벌혁신지수 순위에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 중이다. 스위스는 취리히 지역의 의료 인프라와 로잔 지역의 EPFL이 가진 혁신성, 바젤 지역의 산업 인프라를 한국 연구자들에게 소개했다.
크리스티안 엘리아스 슈나이더 스위스 바젤대 이사는 “선진국은 고령화, 저소득 국가는 인구 증가로 뇌질환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전 세계적인 의료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위스와 한국의 협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장 노후장비 매각 시동… “방안 모색 초기 단계”
- 40주년 앞둔 쏘나타, 얼굴 바꾸니 美 판매량 급증
- [단독] 14년 우여곡절 끝에 운항 멈춘 한강 유람선 아라호, 8번째 매각도 유찰
- 축구장 100개 규모 연구소에 3만5000명 채용하는 화웨이… 노키아·에릭슨·삼성전자는 감원 바람
- 현대건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 원전 설계 계약 체결
- “올해 핼러윈 가장 무서운 영상”… 외신도 놀란 현대차 로봇
- WBC 한국팀 괴롭힌 마법의 진흙… “야구공 점착성·마찰력 높여”
- 치킨업계 1·2·3위 얼굴, 한달새 모조리 바꿨다… ‘치킨왕’ 자리 놓고 스타마케팅
- [美 대선] 美대선이 시작됐다, 시나리오는?
- 최태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많은 기술 보유…AI 흐름 타고 성과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