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종주국’의 자존심…불법 사이트와 ‘전면전’ 선포한 네카오
악순환 근절 위해 운영자 색출에 집중…소송 등 법적 대응도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웹툰‧웹소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불법 유통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적발을 피해 우후죽순 등장하는 불법 사이트는 작가들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배포하면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준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도메인을 자주 바꾸는 방식으로 단속을 교묘하게 피한다.
정당한 대가 없이 콘텐츠가 소비되는 현실은 창작자들의 꿈을 짓밟고, '웹툰종주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문화적 경쟁력을 위협한다. K콘텐츠 산업은 이로 인해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이에 '양대 플랫폼' 웹툰 운영사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직접 나섰다. 다양한 법적‧기술적 조치를 통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불법 사이트의 문을 폐쇄하고 있다.
"무관용 원칙"…'10억원 손배소' 건 네이버웹툰
최근 네이버웹툰은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웹툰‧웹소설의 불법 유통과 저작권 침해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불법 유통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창작 생태계 위축을 막고, K콘텐츠 생태계 전체에 일으킬 연쇄 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법적 대응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네이버웹툰은 IT 플랫폼 기업답게, 고도화된 시스템을 통해 불법 유통 차단에 나서고 있다. 웹툰 불법 유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미 불법 공유된 작품을 찾아내는 것보다 불법 사이트로 공유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춰 사용자들의 방문 요인을 없애는 것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웹툰은 기본적으로 정해진 요일에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 전에 유료로 볼 수 있는 '미리보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불법 유통 콘텐츠들이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전환되는 미리보기 회차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에 2017년부터 자체 연구개발한 '툰레이더' 시스템을 통해 웹툰에 보이지 않는 사용자 식별 정보를 삽입, 최초 불법 유출자를 식별하고 차단하는 기술을 운영하고 있다. 툰레이더를 적용한 2017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웹툰이 불법으로 최초 공유되는 국내 1차 불법 사이트의 업로드 중지 및 테이크다운(웹툰을 직접 유포하지 못하는 2차 불법 사이트로 변경됐거나 서버가 내려간 상태) 비중은 93%에 달한다. 해외에서도 134개 사이트 중 102개 사이트(76%)의 업로드가 중지됐다. 기존에는 유료 회차 작품이 올라오고 만 하루가 되지 않아 불법 공유가 이뤄졌으나, 현재는 그 주기가 최대 한 달까지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시간으로 불법 웹툰 업로드를 모니터링하고, 신규 불법 사이트 탐지 시스템도 가동해 새로 생기는 사이트도 판별하고 있다. 밤토끼, 먹투맨, 어른아이닷컴, 호두코믹스 등 대표 불법 웹툰 사이트 단속 과정에서도 툰레이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이버웹툰은 2022년 불법 웹소설 플랫폼 북토끼를 고소했고, 2023년에는 몽키코믹스, 프리툰, 스마일툰 등과 관련한 피의자 검거에도 협력했다. 밤토끼 운영자의 경우,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억30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 리플 몰수, 3억8000만원 추징도 함께 이뤄졌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툰레이더를 통해 보호한 저작물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최소 2000억원에 달한다. 불법 유통을 사전에 원천 차단한 경우와 모니터링을 통해 진행한 사후 신고 및 차단 효과 등을 반영하면 실제 보호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플랫폼도 작가님들과 함께 피해를 입고 있지만 창작자 보호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며 "작품의 저작권은 모두 작가님에게 있어, 저작권 관련 보호 조치 진행시 작가님을 대리한다는 허락을 받아 플랫폼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영자 특정 기술' 구축…전 언어권으로 대응 체계 확장
카카오웹툰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는 2021년부터 글로벌 불법 유통 대응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피콕'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이 팀은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아랍, 남미, 베트남 등 전 언어권으로 국가별 대응 체계를 확장했다.
카카오엔터는 모니터링을 통한 불법물 삭제와 운영자 특정을 통한 불법 사이트 폐쇄를 병행해 단속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서버를 대부분 해외에 두고 여러 명의 운영자가 관리하는 불법 사이트 특성상, 운영자 신원 파악에 중점을 뒀다.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불법 사이트 운영자 특정 기술로 전 세계 31개 사이트 운영자 90명 이상을 특정해 강력한 경고 및 법적 대응을 진행했고, 이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자발적 폐쇄를 유도했다. 현지 수사 기관과도 협력해 법적 대응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랍어권 최대 불법 사이트인 'Gmanga'를 포함한 7개 사이트가 완전 폐쇄됐다.
올해 1월~6월 사이 카카오엔터는 불법 웹툰‧웹소설 2억7000만 건을 삭제했고, 전 세계 불법 사이트 31개의 운영자 90명 이상을 특정해 7개의 대형 사이트를 폐쇄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엔터의 불법 유통 대응팀이 삭제한 콘텐츠 건수는 지난 5년 동안의 삭제 건수를 뛰어넘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 같은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 대응 성과를 '불법 유통 대응 백서'를 통해 공개해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5차 백서'가 공개됐다. 피콕을 총괄하는 이호준 법무실장은 "불법사이트 폐쇄의 초석이 되는 운영자 특정 기술, 단단하게 구축된 국내외 저작권 기관과의 협력적 관계를 기반으로 앞으로 더욱 본격적인 성과가 공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웹툰 플랫폼을 비롯해 한국저작권보호원, 웹툰 분야 민간협회, 웹툰 작가와의 민관협력을 강화해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단속 중이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을 비롯해 레진코믹스 등도 공조에 참여한 상황이다. 현재 불법 저작물 신고 창구인 'COPY112'를 통해 불법 웹툰 유통과 관련한 신고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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