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돈 쏟아붓는 美 빅테크…수익은 기대 못미쳐 '거품론'
올해 2090억弗 대규모 투자
내년에도 '쩐의 전쟁' 예고
"지출에 비해 성과 부진하다"
투자자들 비용 부담 우려 확산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형 기술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주요 기술주 중 5개 기업(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애플·아마존)이 지난달 29~31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공개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발표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졌는지 주목했지만 지출만 증가하고 수익 창출은 기대보다 부진해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AI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4개 기업 올해 2000억달러 넘게 지출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알파벳 등 4개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가 전년 대비 42% 늘어난 2090억달러(약 28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약 80%는 데이터센터 부문에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이들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2% 증가한 600억달러(약 82조원)에 달했다. MS는 3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149억달러(약 20조원)를 지출했다.
이들 기업은 내년에도 AI 부문 투자를 지속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750억달러(약 103조원) 지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시 CEO는 “AI는 일생에 한 번 있을 기회”라며 “장기적으로 고객과 회사, 주주 모두에게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회사의 미래 핵심 프로젝트인 AI 언어 모델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을 발표했다. 올해 메타의 자본 지출은 400억달러(약 55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벳과 애플 또한 AI 관련 자본 지출을 늘려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같은 실적 발표 이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M7의 내년 수익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뉴욕 증시에서 최근 5거래일간 애플은 4.54%, 메타는 2.58%, MS는 4.98% 하락했다. 알파벳과 아마존만 소폭 상승했다. 대형 기술주가 하락세를 보이자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8% 떨어졌다.
○칩·데이터센터에 ‘몰빵’…우려 커져
빅테크들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고성능 AI 칩을 확보하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의 물량 1년 치를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는 3년 내 AI 시장 규모가 10배 넘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분석가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에 1조달러(약 1380조원) 이상 지출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에너지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고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까지 검토하는 등 전력 수급을 위한 투자가 늘고 있다. 원자력은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으면서도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 주목받고 있다. MS는 지난 9월 미국 최대 원전 기업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간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올해 3월 탈렌에너지와 원전 전력 구매 계약을 맺고 관련 데이터센터까지 인수했다. 오픈AI는 2027년부터 샘 올트먼 CEO이 투자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스타트업 오클로가 개발 중인 SMR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빅테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챗GPT 등장 이후 촉발된 글로벌 AI 붐으로 막대한 비용과 자원이 소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AI 투자가 기존 디지털 광고, 상품, 소프트웨어 판매 사업보다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핵심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MS와 구글의 클라우드 부문 성장세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MS는 AI 부문 연간 매출이 100억달러(약 13조원)에 근접해 MS사업 부문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AI 인프라 투자의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짐 티어니 얼라이언스번스틴 애널리스트는 “(AI 투자에 따른) 실질적인 이득이 무엇인가”라며 “이들 기업이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이윤에 타격이 있으며, 내년이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드 모튼슨 로버트W베어드앤코 전무 이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우리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출을 계속할 것’이라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렌트 틸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MS 이외 다른 기업들은 AI의 매출 증대 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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