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박시원은 왜 ‘LG 이호준 코치’를 찾았을까, 그만큼 간절했다
이호준 NC 신임감독은 지난달 24일 팀에 합류한 첫날 외야수 박시원(23)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 감독의 까마득한 광주일고 후배에 이 감독이 현역 은퇴 후 NC 타격 코치로 있던 시절 가르쳤던 선수다. 이 감독은 박시원이 현역으로 군 복무하던 2022년 무렵을 떠올리며 “다른팀 코치로 가 있는데 군대에서 전화로 타격폼을 물어보더라. ‘재미있는 놈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물어봐 놓고 나중에 보니까 또 말해준 대로 안 치더라”고 웃었다.
박시원이 군 복무할 당시 이 감독은 이미 LG로 팀을 옮긴 뒤였다. 다른 팀으로 떠난 코치에게, 그것도 군대에서 따로 전화를 걸어 야구를 묻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절박했다. 창원NC파크에서 마무리훈련을 소화 중인 박시원은 “감독님이 코치로 계실 때 레그킥 자세에 대해 워낙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새해 인사도 드리고 하면서 타격자세를 여쭤봤다. 군대 가기 전부터 고민이 많아서 여쭤보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시원은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NC의 지명을 받았다. 연고 팀인 KIA가 1차 지명을 두고 올해 구원왕을 차지한 정해영과 저울질할 만큼 고교 시절 활약이 대단했다. 그러나 기대치보다 결과는 내지 못했다. 2020, 2021시즌 각각 1경기만 나왔다. 주전 외야수들의 줄 이은 부상으로 올 시즌 55경기 출장했지만 타율 0.234에 그쳤다.
직구 대처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직구를 노리고 스윙을 해도 방망이가 늦었다. 결과가 안 나오니 타석에서 점점 위축됐고, 자신도 모르게 볼을 기다리는 데 급급했다. 당연히 결과는 더 안좋아졌다. 박시원은 “레그킥, 토탭의 문제가 아니라 치기 전 과정에서 투수와 리듬을 맞춰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던지면 칠 준비가 돼야 하는데 그게 계속 늦었다”고 말했다.
올겨울과 내년 봄 과제도 그래서 분명하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칠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타격 메커니즘을 갖춰놔야 한다. 그걸 잡지 못한다면 내년 시즌도 고생할 수밖에 없다. 수비면에서도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올해 박시원은 중견수와 우익수로 번갈아 출장했지만 어디서도 인상적인 수비를 보이지는 못했다. 타구 판단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더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장점인 강한 어깨를 살리려면 중견수보다는 우익수가 낫겠지만, 타구 판단은 우익수 자리가 오히려 더 어렵다.
비시즌 마음껏 훈련할 조건은 갖춰졌다. 신인 시절 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고, ‘제2의 나성범’이라 할 만큼 기대도 크게 했던 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했다. 2군에서 오래도록 함께 땀 흘렸던 조영훈 코치도 1군 타격코치로 승격했다. 박시원은 “조 코치님은 제가 1군 올라간 이후로도 정말 저를 많이 챙겨 주셨다. 잘될 때는 칭찬하시면서도 자만하지 말라고 하셨고, 안될 때는 같이 고민해주셨다”고 했다. 다른 팀으로 떠난 코치에게 군대에서도 조언을 구할 만큼 욕심과 열의는 갖춘 선수가 박시원이다. 남은 건 내년 시즌 어떻게 결과를 내느냐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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