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잔혹사 끊고 창단 후 최고 성적 이뤄낸 '김도균 매직'

박찬준 2024. 11. 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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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14년, 서울 이랜드는 많은 이들의 환호 속 창단했다. 17년 만에 생긴 기업구단으로, K리그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승격은 커녕, 승강 플레이오프(PO)에도 오른 적이 없다. K리그2 입성 첫 해였던 2015년 4위로 플레이오프(PO)에 나간 것이 전부였다. 이후 하위권을 전전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아예 최하위로 추락했다. 2020년 5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10년간 무려 10명의 감독이 거치며 매년 큰 폭의 변화를 택했다. 결과는 같았다. 그렇다고 돈을 쓰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최근 3년간 이랜드는 매년 선수단 인건비로 50억 이상을 투자했다. K리그2 2~3위 달하는 수치였다. 암흑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10년간 이어진 긴 터널을 뚫고 마침내 빛이 찾아왔다. 이랜드가 창단 두번째로 PO행을 확정지었다. 이랜드는 3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에서 이랜드 임대 이적 후 첫 골을 쏘아올린 김신진과 1골-2도움을 올린 변경준의 맹활약을 앞세워 3대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을 추가한 이랜드는 승점 58로 충남아산(승점 57)을 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다.

이랜드는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PO 진출을 확정지었다. 꼬박 10년만이다. 아쉽게 우승팀에 주어지는 다이렉트 승격은 실패했지만, 마침내 가을축구의 문을 열었다. 경사는 또 있었다. 이랜드는 최소 3위를 확정지으며 창단 후 최고 순위를 기록하게 됐다. 이날 17승째에 성공한 이랜드는 2016년 기록한 구단 최다승과 타이를 이루게 됐다. 36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최다 승점이기도 하다.

중심에 김도균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창단 10주년을 맞은 이랜드의 승부수였다. 이랜드는 승격의 한을 풀어줄 적임자로 수원FC에서 성공시대를 열었던 김 감독을 점찍었다. 1년 넘게 김 감독 설득에 나섰다. 삼고초려였다. 이랜드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김 감독은 고심 끝에 도전을 택했다. 이랜드가 승격 경험이 있는 감독을 데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단 부터 새롭게 꾸렸다. 오스마르, 김오규 김영욱 등 K리그에서 잔뼈가 굵고, 승격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을 대거 영입했다. K리그2의 알짜들은 물론, 브루노 실바 등 외인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랜드는 지난 시즌과 거의 같은 예산을 쓰고, 타 팀이 긴장할만한 스쿼드를 만들었다. 풍부한 인맥과 넓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한 '김도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반 김 감독은 오스마르-김오규를 적극 활용한 수비축구로 흐름을 탔다. 이후 장기인 공격축구로 전환했다. 선제골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골을 노렸다. 그 결과 이랜드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62골을 기록 중이다. 이랜드가 한 시즌 60골 이상을 넣은 것은 69골을 기록한 2015년 이후 두번째다. 당시는 40경기 체제였다. 김 감독은 수원FC 시절과 다르게, 변경준 서재민 조영광 백지웅 김 결 조영광 등 22세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변경준은 커리어 첫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서재민과 백지웅은 리그가 주목하는 미드필더 자원으로 성장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여름이적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상 등이 겹치며 결정적 고비를 넘지 못했다. 역전 우승을 위한 모먼텀도 있었지만, 아직 힘에 붙이는 모습이었다. 결국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PO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이랜드를 감싼 두터운 껍질을 벗겨내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만족은 없다. 이랜드는 당장 최종전 승리를 통해 2위 수성을 노린다. 김 감독은 PO부터 해야하는 3위보다는 승강 PO에 직행하는 2위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최종 목표는 역시 승격이다. 김 감독은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후반 막바지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K리그1 하위권팀을 상대로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체력적인 부분, 기술적인 부분만 잘 준비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도균 매직'은 계속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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