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시정연설 끝내 '총리 대독'…"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 부탁"

민동훈 기자, 한정수 기자 2024. 11. 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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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24.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매년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 이듬해 예산안을 설명해 오던 관행도 11년 만에 깨졌다. 야당이 특검법, 탄핵 등 각종 정치공세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시정연설이 '대통령 망신 주기'나 '정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을 대신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정부의 예산안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국회의 처리 협조를 요청하는 정치 행위다.

이날 한 총리가 연단에 올라 연설했지만 국회 속기록에는 관례상 '대독'으로 표기된다. 시정 연설 전체가 윤 대통령의 발언과 같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국회시정 연설을 총리가 대독한 경우가 있다. 2009년 정운찬 전 총리, 2012년 김황식 전 총리, 2013년 정홍원 전 총리가 대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매년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까지 매년 참석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이 예정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윤석열정권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대독으로 인해 국회와의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악화는 물론 예산안 처리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야당은 정부가 제출안 예산안을 두고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한 상태다.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 달 2일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대통령이 불가피한 사유 없이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국정운영 계획을) 입법기관이자 예산심사 권한을 가진 국회에 보고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것은 서비스가(호의의 영역이) 아니라 삼권분립 민주공화국에서 행정부 수반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다. 이 책임을 저버린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친한(친한동훈)계 배현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오셔야 했다"며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이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했다"고 했다.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가 예견됐음에도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의 총리 대독을 결정한 것은 여야가 극심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 국회 상황 때문이다. 당초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도 기존 관례가 깨지는 상황인 만큼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최근 야당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상대로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공공연하게 탄핵을 거론하는 등 파상공세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야당이 피켓시위, 고성, 야유 등 '대통령 망신 주기'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한 것도 사실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와 유사한 이유로 제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국회 개원식의 대통령 불참은 1987년 제5공화국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악수를 청해도 무시하거나 면전에서 "그만두라"고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도 한 총리의 대독 중 일부 의원들이 "상황 파악 좀 하라" "그만하고 내려오라" 등과 같은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A4 용지 기준으로 16쪽 분량으로 공백 포함 8700여 자였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개혁'을 19차례 언급하며 연금·노동·교육·의료 등 4대 개혁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아울러 '경제'를 14차례, '민생'과 '위기' 각각 9차례 등 거론하는 등 정부 정책과 내년도 예산안이 국민들의 체감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 예산안 적시 처리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둬 편성했다"며 "내년 예산이 적기에 집행돼 국민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확정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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