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지시 거부한 초등생 팔 잡고 "일어나"…대법 "아동학대 아냐"

민경진 2024. 11. 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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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느꼈어도 교육 범위에 해당
신체학대 구별 기준 대법이 정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업 참여를 거부하는 아동의 팔을 잡아 일어나라고 소리친 초등 교사의 행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적법한 교육 과정에서 다소 물리적 힘이 가해진 것만으로는 신체적 학대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 교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가 정한 '신체적 학대행위',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와 학대행위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9년 3월 오전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아프면 어떻게 하지'라는 주제로 모둠을 나눠 토의를 하고 모둠의 대표가 발표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피해아동이 속한 모둠은 가위바위보를 통해 피해하동을 발표자로 정했고, 피해아동은 자신이 발표자로 선정됐다는 이유로 토라져 모둠 발표를 하지 않았다. 이후 병원놀이 방식으로 진행된 수업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A씨는 오전 수업 막바지에 학생들이 교실 앞으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하는 활동을 하도록 했다. 피해아동은 율동에 참여하지 않았고, 점심시간에 이르러 급식실로 이동하자는 A씨의 말도 따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야 일어나"라고 말하면서 피해아동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했으나, 피해아동은 따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피해아동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피해아동 어머니의 동의에 따라 피해아동을 교실에 둔 채 다른 학생들을 인솔해 급식실로 이동했다. 이후 A씨는 "야, 일어나"라고 소리치며 팔을 세게 잡아 일으키려 해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아동학대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대화나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해 신체적 유형력을 통한 지도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상고심 재판부는 "교사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행위는 학생이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등으로 학생의 복지에 기여하는 행위에 해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두고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학대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가 아동인 학생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느끼게 했더라도, 그 행위가 법령에 따른 교육의 범위 내에 있다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교사의 지도행위가 법령과 학칙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여전히 법령에 따른 교육 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며 "관련법에 따라 금지되는 체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됐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비춰 A씨의 행위는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치는 피해아동에게 필수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적에 기초해 이뤄진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체벌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태양이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치가 관련법에 따라 금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당시 상황에 비춰 구두 지시 등 신체적 접촉을 배제한 수단만으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교사로서 가지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 관계 법령의 취지에 비춰 이 사건 조치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교육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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