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밸류업 다른 평가…`제각각` 기업·투자자·당국 셈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과 국내외 투자자, 당국이 모두 다른 셈법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제고해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규제 수준과 지속가능 관점, 기대치는 제각각이었다.
한국거래소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개최한 '코리아 캐피털 마켓 콘퍼런스 2024' 토론회에서 당국과 기관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기업 등이 밸류업 정책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좌장을 맡은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1~2년 내에 우상향 주가 추세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긴 호흡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현재 참여가 저조한 밸류업 공시에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거래소의 계획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지헌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자율적인 밸류업에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지 않겠냐는 의문은 논의 초기부터 제기됐다"며 "그럼에도 자율로 추진한 이유는 밸류업의 목표 자체가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진정성 있는 참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펀드 조성과 참여기업 인센티브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결국 시장의 (밸류업 미참여 기업에 대한) 마켓프레셔와 동종업계 참여율 증가에 따른 피어프레셔가 작동하면서 올해 말과 내년 초가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답했다.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보고서와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 기업들의 공시 부담이 증가한다는 지적에는 "비슷한 내용이 사업보고서에도 있고 지배구조보고서에도 있지만 분산돼 있다 보니 밸류업 공시를 통해 투자자 입장에서 일목요연하게 핵심 사항을 파악해 회사의 전략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측면"이라며 "장기적으로 통합 공시를 고민하겠지만 일단은 별도로 가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로 참석한 믹소 다스 JP모건 주식전략가에게는 밸류업 발표 초기 외국인 순매수 유입으로 주가 상승이 있었지만, 7~8월부터는 순매도세가 커진 것과 관련 밸류업 프로그램의 외국인 투자 가치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다스는 "외국인 투자자의 유출은 삼성전자 한 종목에 집중돼 나타났다"며 "반면 제약과 조선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최근 몇 주 동안에는 외국인 유입이 안정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해외 펀드 등이 장기투자보다 단기적인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나왔다. 5년 정도의 시계를 가지고 들어오는 펀드조차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외국인의 단기 투자가 글로벌 쇼크에 코스피가 유독 크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안 교수는 "미국 주식 잘나갈땐 오르지도 않더니 빠질땐 왜 더 크게 내리냐는 지적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들어올 때는 개별적으로 들어오다가 빠져나갈 땐 한번에 빠져나간다"며 "외국인 유출에 취약한 우리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장기투자하고 글로벌 쇼크가 왔을 때 버퍼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다스는 "한국 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것은 여러 이슈가 관련돼 있다"며 "원화 자체는 안정적이지만 해외 투자 규모가 크고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도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 단기적인 시각으로 진입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고, 10년 전 신흥 성장 시장을 찾던 글로벌 트렌드가 성장 정체에 밸류 스페이스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시장의 개선 요인으로는 주주환원 상향과 영문공시 등 외국인 투자자와의 교류 확대 등을 꼽았다.
다만 기업의 경우 밸류업 정책의 효과보다는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선진화 취지로 시작한 밸류업이 시간이 갈수록 지배구조 등 규제 강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처음에는 기대하던 기업들도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 됐다"며 "오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바로 나온 얘기가 상법 개정인 것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외신에서 밸류업을 위해서는 재벌위주 지배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밸류업을 할 때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밸류업을 원하는지 아니면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인지 명확하게 하고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리스냐 트럼프냐…"해리스, 7개 경합주서 4승2무1패"
- 강남서 차량 7대 `꽝꽝꽝`…무면허 역주행 20대 여성 구속영장
- 이란 여자대학생, 캠퍼스 광장서 속옷차림…무슨 일
- "유치원생 딸 두고 극단 선택"…성매매 여성, 죽음 몬 불법사채의 덫
- 승무원, 비즈니스석 승객에 무릎 꿇고 사과…기내서 무슨 일 있었길래
- "가격 올려도 원가 부담"… 수익성 고민하는 롯데웰푸드
- 삼성, 견고한 SK·엔비디아 동맹 어떻게 깰까… 최선단 D램 적용 유력
- 멈춤없는 K-제약바이오, 삼바 4조-유한 2조 돌파 보인다
- 이재명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이유는…지지층 확장 모색
- 7개 경합주가 승패 가른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