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와 친하다”...이런 말이 ‘사바사바’ 취업사기로 이어지는 한국 [기자24시]

서대현 기자(sdh@mk.co.kr) 2024. 11. 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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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바'.

이는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정권 실세와 친해서 좋은 자리를 얻었다더라, 누구 캠프 출신이 기관장으로 갔다더라 등등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뒷거래가 통한다는 믿음이 있는 한 정말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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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사기 피해자가 받은 가짜 합격 통지 문자 <자료=울산경찰청>
‘사바사바’. 이는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일본어에서 유래됐으나 국립국어원 설명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엄연한 표준어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널리 쓰인다는 말도 된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대기업 전 노조 간부 취업 사기 사건을 취재하면서 세계 굴지의 대기업 직원조차 그들 회사의 채용시스템에 뒷거래가 통한다고 믿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경찰은 피해자 대부분이 피의자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라고 설명했다. 피의자들은 자신의 오랜 노조 간부 경력을 내세웠고, 피해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노조 간부 경력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해당 기업은 이번 채용 청탁으로 실제 채용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조업 일자리인 만큼 공정하고 엄격하게 채용을 진행하고 있고, 뒷구멍 취업은 오래 전에 사라졌다는 것이 사측 입장이다.

그런데도 취업난을 겪는 사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취업 사기 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임금 수준이 높고 정년이 보장되는 대기업이 많은 울산은 다른 지역보다 취업 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대기업 인사부서 담당자를 잘 안다”, “대기업 노조 간부와 친하다”는 말에 설마 속을까 싶지만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거액을 내놓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한다.

피해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사바사바’가 통한다고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돈을 건넸다. 국가 기관과 기업은 그런 건 없다고 극구 부인하겠으나 일상에서 ‘사바사바’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정권 실세와 친해서 좋은 자리를 얻었다더라, 누구 캠프 출신이 기관장으로 갔다더라 등등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공수를 바꿔 벌이는 ‘낙하산 인사’ 공방을 욕하면서 ‘사바사바’를 학습했는지도 모른다.

미래 세대에는 적어도 취업, 시험, 스포츠 등 절대적 공정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사바사바’가 사어(死語)가 되길 바란다.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뒷거래가 통한다는 믿음이 있는 한 정말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서대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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