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년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어"…'4대 개혁 완수' 역설
작년 "국회에 감사, 협조 부탁" → 올해 "시한 내 예산 확정 부탁"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곽민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연금·의료·노동·교육 등 4대 개혁과 저출생 문제 해결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10일)을 앞두고 이뤄진 시정연설이라는 점에서 집권 2년 반 동안의 성과를 소개하고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데 주력했다. 최저치를 기록한 국정 지지율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2년과 지난해에는 직접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했으나, 올해는 불참하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했다.
"어떤 어려움 있어도 개혁 반드시 완수"…개혁 19회 언급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며 "대내외 위기에 맞서 지난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고금리와 고물가 지속,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우리 수출 부진 등을 복합 위기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 민간 주도 성장 전환 ▲ 국가 채무 안정적 관리 ▲ 규제 혁파 ▲ 징벌적 과세 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개선 ▲ 원전 생태계 복원 ▲ 세일즈 외교 등을 통해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 단계에 들어섰지만, 민생 회복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가 번영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29분간 시정연설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도 의료(19회), 개혁(19회), 국민(17회), 재정(15회), 경제(14회)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를 두고는 "정부와 국회, 국민이 한 마음이 돼 일치된 노력을 펼쳐야만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최근 지표 추세 반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가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법 등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건전재정 기조는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뜻이 아닌, 느슨하고 불필요한 낭비는 과감히 줄여 민생 회복과 미래 준비에 제대로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긴밀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자평하며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공조는 '불법'이라고 거듭 비판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노력도 재확인했다.
취임후 시정연설 첫 불참…"시한 내 예산확정 부탁" 작년 연설과 온도차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마무리하며 "내년 예산이 적기에 집행돼 국민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법정시한 내에 확정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주력 법안 통과와 예산안 처리에 대해 "국회의 관심과 협조에 감사드린다", "국회의 적극적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등이라고 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이를 두고 야당의 탄핵 공세 등 정국 상황이 반영된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정연설은 넓은 의미로는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이 국정 운영 방침을 밝히는 연설로, 국회법에 '예산안에 대해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고 돼 있어 주로 예산안 시정연설로 불린다.
현직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은 1988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이 첫 사례였다. 이후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은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10월 각각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고, 이후 임기 동안에는 총리가 대독했다.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관행처럼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매년 시정연설을 했고,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어가면서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했다.
예산안 시정연설 총리 대독은 2012년 10월 이명박정부 때 김황식 총리의 대독 이후 처음이다.
2013년부터 대통령이 본예산 시정연설을 하는 관행이 시작된 것을 기준으로 보면 윤 대통령이 11년 만에 불참한 셈이다.
2013년 4월, 2019년 6월 등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본예산이 아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총리가 한 사례는 있었다.
과거 전례를 보면 시정연설 때마다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진통은 반복됐다.
2021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했으나 대장동 특검 촉구 시위를 했다. 지난해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권이 야당을 탄압한다며 소속 의원 전원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바 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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